한달 전기비 '5만원→1100원'…"서로 한다 난리"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0.11.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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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가보니 '전기비가 평생무료?'

"지금은 서로 이거 하려고 난리에요. 처음에는 추첨에 당첨되고도 스스로 포기한 사람도 있었는데 말이야."

지난 7월 스마트그리드 실증가구로 선정된 세대주 박신홍 씨(65·제주시 구자읍 동복리)는 2일 기자를 만나자마자 지난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꺼내 보였다.

"전기요금이 전혀 안 듭니다. 본래 한 달에 4만5000원에서 5만5000원 정도 전기료를 냈는데, 이거 청구서 한번 보세요."



박 씨가 내민 10월분 전기요금 청구서에는 청구요금으로 2220원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는 지난 8월22일부터 10월21일까지 2개월 치로, 매월 1110원 꼴로 전기요금을 낸 셈 이다.

한달 전기비 '5만원→1100원'…"서로 한다 난리"


청구내역을 살펴봤다. 부가세, 전력기금 등을 빼면 박 씨가 매월 내는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1000원이다. 주택용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 가정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기본 전기요금만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요금청구서를 보며 신기해하는 기자에게 박 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사용량을 한번 비교해 보라"고 거들었다. 지난해 10월 박 씨는 한 달에 312kWh를 사용했으나, 최근 2개월간 박 씨의 전기사용량은 0kWh였다. 전혀 전기를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신홍 씨는 스마트그리드 장비인 IHD를 통해 집안 전기사용을 컨트롤한다.▲박신홍 씨는 스마트그리드 장비인 IHD를 통해 집안 전기사용을 컨트롤한다.
박 씨의 집은 오히려 매일 전기를 생산해 한국전력으로 보낸다. 생산해 보낸 전기량만큼 사용전기량이 차감되는 방식이다. 집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총량이 실제 사용량보다 많을 경우, 전기사용량은 '0'이 된다. 현재는 이 처럼 전기사용량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나, 앞으로 스마트그리드가 보다 본격화될 경우 각 가정은 한전에 남는 전기를 돈을 받고 팔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마법의 비밀은 바다가 바로 보이는 그의 집 옥상에 있었다. 총 14장의 패널로 구성된 큼지막한 태양광발전 장비가 햇빛을 반사하며 번쩍이고 있었다. 제주지역 특유의 강풍에 장비가 파손되지 않도록 정중앙 패널은 아예 빠져있다. 패널 아래 쪽에는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컨버터가 달려있다.


한달 전기비 '5만원→1100원'…"서로 한다 난리"
SK텔레콤 컨소시엄 실증가구인 박 씨의 집에는 태양광발전장비, IHD(In-Home Display, 일종의 제어장치), 스마트스위치, 스마트소켓, 스마트미터기가 설치돼 있다.

박 씨는 "처음에 스마트그리드를 집에 설치해 준다고 했을 때, 혹시 나중에 감당해야 할 개인적 부담과 대형패널을 집 옥상에 설치해 혹시 바람에 집이 흔들리지 않을 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문제가 전혀 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는 이처럼 제주 실증단지 주민들의 삶을 바꾸고 있었다. 보다 진보된 수준의 스마트그리드는 제주 구좌읍 곳곳에 설치된 종합홍보관과 5개 홍보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의 컨트롤타워는 통합운영센터(TOC)다. TOC는 구좌읍 행원풍력단지 내 1만875㎡ 규모로 자리 잡은 스마트그리드 홍보관 지하에 있으며, 최첨단 IT기술을 이용해 단지 내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통제한다. 파워그리드와 도매전력시장을 연계하는 시장기능도 수행한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통합운영센터▲제주 스마트그리드 통합운영센터
LG전자는 숙박을 통해 스마트그리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아예 한 팬션에 체험관을 마련했다. 실시간 전력요금이 미리 설정해 놓은 기준치보다 올라갈 경우, 자동으로 에어콘 설정온도가 높아지고 집 안 조명 밝기는 어두워진다.

한달 전기비 '5만원→1100원'…"서로 한다 난리"
한전은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고 현대차가 개발한 '블루온'을 투입했다. 시동을 걸었는지 모를 정도의 정숙함과 아늑한 승차감은 일품이다. 최대속도 130Km에 달하는 성능에서도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현대차가 개발한 고속전기차 '블루온'▲현대차가 개발한 고속전기차 '블루온'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이처럼 진보하고 있는 가운데,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은 무엇보다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이다. 박 씨 자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장비가격은 1000만 원~1500만 원이다. 정부 등의 보조금 없이 각 가정이 설치를 고려하기에는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아반테 크기의 전기차 '블루온' 가격도 약 5000만 원으로, 일반 대형차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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