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베트남 기술 한류 선봉에 서다

머니투데이 꿩아이(베트남)=최석환 기자 2010.11.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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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베트남 최초 정유·화학공장에 운영기술 전파...9000억달러 매출 증대 기대

"기술 한류의 선봉장이란 사명감으로 공장 운영에 있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일 찾은 베트남 중부 외곽의 '꿩아이'. 베트남 최초의 정유·화학공장이 들어선 이곳은 수도인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다낭'으로 날아간 뒤 다시 버스를 타고 3시간 가량 달려야 모습을 드러낸다.
↑베트남 국영석유기업 페트로베트남(PVN)의 자회사인 'BSR'이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 최초의 정유·화학공장 전경 ↑베트남 국영석유기업 페트로베트남(PVN)의 자회사인 'BSR'이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 최초의 정유·화학공장 전경


이 지역은 SK에너지 (112,200원 ▲2,600 +2.37%)가 지난해 9월부터 정유·화학공장 운영 기술 전파에 나서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앞서 SK에너지는 베트남 최초의 정유·화학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BSR'사(社)와 공장운영 및 유지보수(O&M)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BSR'은 베트남 국영석유기업인 페트로베트남(PVN)이 25억달러를 투자한 '중 꽛(Dung Quat)' 정유공장을 비롯해 화학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 생산공장의 운영도 담당하고 있는 업체다. 페트로베트남이 100% 출자했다.



성학용 SK에너지 'BSR' 운영본부장은 "계약체결 이후 1차로 울산 공장의 석유생산, 생산기술, 생산관리, 설비관리 등 분야별로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 103명이 이곳으로 왔다"며 "처음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생활여건도 열악하고, 베트남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운을 뗐다. 처음 'BSR' 공장에 들어서면, SK의 로고인 행복날개가 새겨진 낯익은 작업복을 입은 SK에너지의 엔지니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SK에너지 직원이 BSR의 베트남 직원들에게 공장 파이프 점검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SK에너지 직원이 BSR의 베트남 직원들에게 공장 파이프 점검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SK에너지의 베트남 'BSR'로의 기술 수출은 유난히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 다닌다. 지난 1998년 기술 수출이 시작된 이후 △국내 에너지기업 역사상 최대 해외 기술인력 파견 △단일 기술수출 최대 규모 △국내 최초로 타국의 정유·화학공장 운영 총괄 등이 그것이다.

성 본부장은 "새로 지은 공장을 누구보다 먼저 돌린다는 것은 설레고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많은 변수들이 널려있어 항상 긴장해야 한다"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쌓아온 우리의 기술력이 다른 국가의 기간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쓰인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비인부전(非人不傳)'이란 옛말 때문일까, 그는 '진정성과 애정'이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비인부전은 '됨됨이'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라면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는 뜻으로, 진정성과 애정이 담긴 신뢰관계가 먼저라는 사제지간의 규율을 강조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성 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이 진정성과 애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SK의 기술과 경영시스템을 앞세워 베트남의 첫 정유·화학공장을 안정화 및 자립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진심이 통한 걸까. 이날 인터뷰를 자처한 '부 반 이음(VU VAN NGHIEM)' BSR 회장과 '우엔 호아이 지양(NGUYEN HOAI GIANG)' 사장도 '매우(very)'라는 단어를 중복 사용하면서 연신 '매우 성공적(very, very successful)'이라고 표현, SK에너지에 대한 신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우엔 사장은 "베트남의 첫 프로젝트인 만큼 모든 매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SK에너지가 공장의 안정적 운영에 큰 기여를 했으며,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성 본부장도 "초기엔 매일 베트남 측과 미팅을 했지만 이젠 완전히 (SK에너지에) 맡겨놓고 있어 부담이 된다"면서 "밤을 새워가며 일하는 SK에너지 임직원들의 성실한 태도에도 감동을 받았다는 말도 듣고 있다"고 전했다.

BSR의 신뢰는 정유공장에 이어 화학공장의 운영까지 맡는 쾌거로 이어졌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앞으로 5년간 9000만달러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SR은 현재 하루 15만배럴의 정제시설과 7만 배럴의 중질유분해시설 등 14개 정유공정을 가동하고 있으며, 중질유분해시설에서 나오는 프로필렌(Propylene)을 원료로 연간 15만톤 규모의 PP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1962년 국내 최초의 정유회사(당시 대한석유공사)로 시작해 48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른 국가의 최초 정유·화학공장 가동에 기술력을 전수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며 "그야말로 자원빈국이 자원부국에 기술을 수출함으로써 기술 부국, 기술 보국을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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