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소포 '항공기 폭파 노렸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0.11.0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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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추가 테러 경고..글로벌 항공업계 '비상'

'제2의 로커비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지난 주말 적발된 예멘발 미국행 폭탄 소포가 기내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됐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항공기 테러 공포가 급속 확산되고 있다.

당초 이 소포 폭발물들은 시카고 소재 유대교 예배당(시나고그)을 배송지로 해 이들이 테러 목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폭발물 분석결과 항공기, 특히 여객기를 목표로 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테러로 폭발한 팬암기와 같은 대형 항공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대목이다.

테러배후로 지목되는 알 카에다는 주요도시 상공에서 항공기를 폭파시키면 더 큰 살상효과와 공포를 준다는 점을 교육 등을 통해 강조해 왔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이를 구체화하려는 계획으로 보여 항공업계 및 보안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 수석 보좌관은 지난달 31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예멘에서 부쳐진 폭발물 소포가 소포를 싣고 가는 항공기를 노린 것이라고 밝혔다.

브레넌 보좌관은 당초 항공기와 예배당을 모두 잠재적 목표물로 보고 조사를 진행했으나 현 시점에선 예배당보다 운항 도중 항공기를 폭파시키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영국의 대테러 당국도 항공기를 노렸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또 이번에 적발된 것과 같은 폭발물 소포 형태의 테러 기도가 앞으로 더 생길 가능성을 유념해야만 한다면서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백악관은 즉각 이번 테러 배후로 알카에다 예멘 지부를 지목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이번 테러기도가 알카에다 예멘 지부의 소행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면서 지금까지의 분석결과 이번 폭발물을 만든 주체가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때 디트로이트발 항공기 테러 기도 사건 때 사용된 장치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예멘을 떠나 미국 시카고로 향하던 화물기 등에서 프린터 토너 카트리지 등으로 위장한 폭발물이 담긴 화물 2개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미국은 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이 중 하나는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160마일 떨어진 이스트 미들랜드 공항에 계류 중이던 UPS 화물기에서, 또 다른 하나는 UAE 두바이 공항에 있던 페덱스(FedEX) 화물 창고에서 각각 발견됐다.

특히 두바이 공항에서 발견된 폭발물 소포가, 예멘에서 두바이까지 여객기에 실려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테러 공포가 한층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화물을 운반한 카타르항공에 따르면 폭발물 소포는 예멘에서 카타르 도하까지, 그리고 도하에서 두바이까지 다른 여객기편으로 운송됐다.

한편 이번 사건 수사와 밀접한 한 소식통은 예멘발 화물기가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던 테러범들이 화물 일부가 여객기로 운송되는 걸 노렸을 수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항공보안 애널리스트 크리스 예이츠는 이와 관련, 1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흔히 여객기로 운송되는 소형 화물이 테러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이어졌지만 대책 마련은 여전히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X레이 투시나 폭발물 탐지견 등 일상적인 화물 검사만으로는 고도로 발달된 테러 목적의 폭발물을 탐지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카타르항공은 이번에 발견된 폭발물 역시 X레이 검사나 폭발물 탐지견으로는 적발 불가능한 것이었으며 테러 정보가 전달된 덕분에 뒤늦게나마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테러 경고가 이번 폭발물 적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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