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키보드 워리어,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야"

머니투데이 김진한 변호사 2010.11.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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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시장]"키보드 워리어,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야"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 전사(warrior)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 달리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미확인 루머나 특정인의 사생활 등을 인터넷에 무차별 유포하는 등 사이버 폭력을 가하는 네티즌'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사이버 폭력이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모욕, 명예훼손, 성희롱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타인의 명예 또는 권익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사이버 폭력의 대상이 특정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에게 한정돼왔고 그 정도도 경미한 까닭에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이를 유명세로 치부하곤 했다.



또 사이버 폭력의 대상이 되었던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은 루머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역효과를 우려한 나머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보통신매체의 발달로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고, 인터넷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루머의 전파속도는 가공할 정도에 이르게 됐다.



특히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발달로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사생활 노출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이버 폭력의 정도가 단순히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사이버 폭력 피해자 및 그들의 가족에 대한 신상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는 이른바 '신상털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최근 '타블로 사건'을 바라보면 사이버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보다는 자극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사이버 폭력 가해자들이 얻는 작은 쾌감에 비해 피해자가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사이버 폭력으로 인하여 많은 연예인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우울증을 앓는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특히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은 일반인들이 그 유명인을 자신과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사이버 폭력의 또다른 문제점은 가해자의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모 연예인이 자신의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달고 루머를 유포한 네티즌들을 고소한 사건에서 밝혀진 가해자들의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이었고 심지어 이중에는 초등학생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사이버 폭력이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악성 댓글을 달거나 루머를 유포하고 있다.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의사소통의 장이 돼야할 사이버 공간이 범죄의 장으로 변질되고 우리 아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도 모르게 범죄자로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제70조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유포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었고, 형법 등의 다른 법률규정에 의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수의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폭력은 현실세계의 폭력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범죄'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을 인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학교와 가정에서는 인터넷 예절을 가르쳐 사이버 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웹사이트 운영사업자들은 '인터넷실명제' '선풀달기운동' 등 자율 정화기능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키보드 워리어가 더이상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사이버 공간을 정화하는 전사의 의미로 통용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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