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인사청문회 패자부활전

머니투데이 양진영 변호사 2010.09.0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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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인사청문회 패자부활전


퇴직 후 국경을 넘는 평화와 봉사의 사도로 새롭게 평가받는 지미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늙기 시작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아마도 팔순을 훌쩍 넘긴 그이지만 이는 물리적 나이일 뿐 자신은 현재 회상과 후회로 조용히 세월만 더해가는 노인이 아니라 왕성한 꿈을 좇는 젊은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과시하는 측면도 있는 듯하다.

2010년 8월 우리나라 뉴스의 중심인물이었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그가 발탁된 가장 큰 배경이 '48세 총리'가 주는 젊음과 신선함이었으나 인사청문회 결과 그가 가진 콘텐츠는 결코 젊지도 신선하지도 않다고 평가되어 낙마됐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지미카터와 김태호 후보자의 경우 물리적 나이는 1세대 차이를 뛰어넘을 정도로 차이가 나지만 나이는 나이일 뿐 누가 더 젊고 신선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미가터도 김태호 후보자와 비슷한 연배였던 시절에 미국대통령을 역임했으나 그의 현역시절은 결코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도 물리적으로 젊은 날에는 뼈저린 후회거리를 남겼으나 이를 극복한 비결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그는 꿈으로 후회(실패)를 덮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손톱이 상한 경우 새 손톱이 자라 썩은 손톱을 밀어내어 치유하듯이 말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과 우리나라 간 패자부활전 기회 부여의 차이다. 우리사회는 이 부분에 대해 솔직히 지나치게 인색한 감이 없지 않다.
한번 수능시험에서 실패한 사람은 평생 이를 만회하기가 힘들고 한번 죄지은 사람은 정말 개과천선해도 사회는 좀처럼 믿어주지 않는다.

이런 주홍글씨가 만연한 사회는 희망이 없고 삭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직성 때문에 우리사회는 소위 한방 승부에 목숨을 걸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모든 것이 한번 나락에 떨어지면 끝이라는 생각이 사회전반을 지배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우리사회가 보다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지도층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지고 '노블리제 오블리주'가 보다 강조되는 것에는 십분 동감하고 그 결과 몇 사람의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부득이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소위 일국의 총리나 장관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설 정도의 인물이라면 이들도 나름대로 난사람들인데 비록 낙마했을지라도 이들이 새로운 꿈으로 후회(흠)를 치유하여 우리사회를 위해 멋지게 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사회도 그런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그리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화두가 되는 '공정한 사회'란 이 기준 때문에 실패하거나 실수한 사람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는 공정성까지 포함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단, 이러한 패자부활전의 기회는 진심으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사람에게 국한됨은 물론이다.

기회는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에게 찾아 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을 수는 없다. 기회를 맞을 준비가 된 사람만이 그 기회를 잡아 더 나은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 하지만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해서 인생의 패배자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기회를 잡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은 과연 없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우리사회는 공동체 사회다. 누군가가 사회에 피해를 끼치고 사회 안전을 위협한다면 마땅히 사회에서 격리돼야 할 것이다. 다만 공동체 사회 속에서 누군가의 과오와 실수가 다른 의도로 이용돼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모두가 서로의 잘못과 치부를 감싸 안고 이해를 해 간다면 지금보다는 우리사회가 더욱 훈훈하고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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