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회장 사퇴에도 해소되지 않은 신한 쟁점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10.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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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46,450원 ▲650 +1.42%)) 회장이 스스로 물러남에 따라 두 달 가까이 끌어 온 신한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신한지주는 앞으로 류시열 회장(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흐트러진 조직을 가다듬게 된다.

하지만 '포스트 라응찬'이 될 새로운 회장을 찾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라 회장이 사퇴했음에도 신한 내부의 갈등 분위기가 여전한 탓이다.



ⓒ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재일동포 이사들 "인정할 수 없다"=신한지주 지분 17%를 갖고 있는 재일동포 주주들은 이번 이사회 결과에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일동포 사외이사 4명은 지난 30일 이사회에서 류 이사가 직무대행을 맡는 것에는 찬성했지만, 특별위원회 설치 등 신한지주의 후임자 모색 방안엔 반대했다.

재일동포 사외이사인 정행남씨는 이날 이사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내년 주주총회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9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사실상 라 회장 측 전략에 따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당초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비롯해 재일동포 주주들은 특별위원회에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을 넣자고 주장했다.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란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재일동포 주주들이 일본에서 자체 모임을 갖고 임시 주주총회 개최에 대한 의견을 모을 수도 있다. 정 이사는 이날 "일본에 가서 논의는 하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라 회장, 등기이사직 유지가 문제"=이런 배경엔 라 회장의 '등기 이사직 유지'라는 쟁점이 있다. 전성빈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은 기자들에게 "이사 선임 문제는 주주총회에서 다뤄야 하고, 사직은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이사회에서 논의도 없었고,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신 사장측은 라 회장의 회장직 사퇴는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앞두고 있던 터라 어차피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 중요한 것은 등기이사직이었다. 사실상 그룹 운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 사장측은 라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자기 사람들을 후계구도에 내세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금융당국을 비롯해 금융계에서도 우려하는 부문이다. 금융당국은 라 회장을 비롯해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세 명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 외에 라 회장의 이사직 유지에 유감을 표했다. 라 회장의 중징계가 예정된 만큼, 회장직 사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선 등기이사직 유지가 신한사태 여진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라 회장뿐만 아니라 3명 모두 동반 퇴진하는 게 맞다"며 "이후 특별위원회 등은 내부에서 알아서 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라 회장이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는데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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