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포스트 라응찬'이 될 새로운 회장을 찾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라 회장이 사퇴했음에도 신한 내부의 갈등 분위기가 여전한 탓이다.
ⓒ이명근 기자
재일동포 사외이사인 정행남씨는 이날 이사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내년 주주총회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9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사실상 라 회장 측 전략에 따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재일동포 주주들이 일본에서 자체 모임을 갖고 임시 주주총회 개최에 대한 의견을 모을 수도 있다. 정 이사는 이날 "일본에 가서 논의는 하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라 회장, 등기이사직 유지가 문제"=이런 배경엔 라 회장의 '등기 이사직 유지'라는 쟁점이 있다. 전성빈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은 기자들에게 "이사 선임 문제는 주주총회에서 다뤄야 하고, 사직은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이사회에서 논의도 없었고,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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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사장측은 라 회장의 회장직 사퇴는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앞두고 있던 터라 어차피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 중요한 것은 등기이사직이었다. 사실상 그룹 운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 사장측은 라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자기 사람들을 후계구도에 내세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금융당국을 비롯해 금융계에서도 우려하는 부문이다. 금융당국은 라 회장을 비롯해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세 명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 외에 라 회장의 이사직 유지에 유감을 표했다. 라 회장의 중징계가 예정된 만큼, 회장직 사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선 등기이사직 유지가 신한사태 여진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라 회장뿐만 아니라 3명 모두 동반 퇴진하는 게 맞다"며 "이후 특별위원회 등은 내부에서 알아서 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라 회장이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는데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