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은 법인세 잇따라 내리는데...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10.10.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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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전쟁上]한국은 정파적 이해에 법인세 인하 철회 위기...기업투자 위축 우려

대만은 올 들어 법인세를 2차례에 걸쳐 내렸다. 지난해 25%에서 1월 20%로 내린 데 이어 불과 4달만인 5월에 다시 17%로 인하한 것.

단기간에 법인세를 큰 폭으로 내리자 세수감소로 복지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비난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대만 재정부는 "기업실적개선과 투자증가 등으로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가경제 전체에 더 큰 이익이 발생한다"며 법인세 인하를 강하게 밀고 나갔다.



대만의 인하는 홍콩 싱가포르 등이 앞서 법인세를 낮춘 것이 자극제가 됐다. 싱가포르는 올해 18%에서 17%로 내렸다. 홍콩은 2008년에 17.5%에서 16.5%로 1%포인트 인하했다. 중국도 2008년 33%에서 25%로 낮췄다.

특히 홍콩은 마카오(12%)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2번째로 낮지만 중소기업 간접지원과 금융허브(중심축) 위상 강화를 위해 15%로 인하해 달라는 업계의 건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비단 동남아 국가만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들도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법인세는 2001년 30.2%에서 26.1%(2005년)와 24.0%(2009년)로 하락추세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 같은 국제흐름을 반영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오는 2012년부터 22%에서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재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면서 "'낮은 세율, 넓은 세원' 이라는 조세정책에 맞춰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기업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올해 국정감사와 각종 모임에서 "감세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투자 유인을 통해 경제가 선순환 될 경우 세수가 자연스럽게 증대될 것"이라며 감세정책을 일관되게 옹호했다.

하지만 6·2 지방선거 이후 정치논리가 경제를 지배하면서 법인세 인하 철회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7월 하순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표면적으로는 4조원 세수감소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내세우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부자감세' 공격재료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자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다가올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야당에게 '부자정권'이라는 공격명분을 사전에 없애자"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없던 이로 하자고 주장했다.

정 의원의 주장은 감세정책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만 확인한 채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의 "소득세 법인세 인하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봉합됐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서로 합의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업계와 정부는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정책을 믿고 앞으로 기업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전무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2년 유예시킨 상황에서 이마저도 취소한다면 정책에 대한 일관성과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어 앞으로 기업들이 정책을 믿고 경영활동을 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무는 "기업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감세정책은 반드시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법인세 인하법안을 뒤집는 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 훼손과 대외신인도 하락 등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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