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9회말 2아웃' F1 경기는 계속돼야 한다

머니투데이 이계웅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대표 2010.10.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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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F1' 대회가 남긴 것

[기고]'9회말 2아웃' F1 경기는 계속돼야 한다


국제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남 영암 전용경기장(서킷)에서 열렸다. 관심이 컸던 만큼 뒷이야기도 무성하다.

요약하자면 경기 자체는 기대 이상의 호응 속에 흥미진진하게 진행됐으나, 무분별한 무료입장권 살포 등 운영 면에서 크게 미흡했다는 것이다. 특히 '바가지' 상혼을 보인 숙박시설을 비롯해 교통 등 필수 인프라의 절대 부족은 외국기자들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할 정도다.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정부의 관심과 홍보 부족이라고 본다. 대통령까지 나섰던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의 유치 및 운영과정을 떠올리면 이번 F1은 정부의 관심 부족이 아니라 무관심 속에 한 지방자치단체의 고군분투 끝에 치러졌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때는 경기장 건설을 비롯해 숙박시설 신·증축, 도로 확충, 노점상 정비, 차량 홀짝제 운행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중앙정부가 주도한 결과 모범적인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행정력도, 자본도 중앙정부에 크게 못 미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기에 F1은 너무 규모가 큰 국제대회다.



홍보부족 역시 매스컴을 탓하기 앞서 정부에 1차적 책임이 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긴 하지만 어느 정도 규칙을 알고, 관련 정보에 밝으면 F1 만큼 재미난 스포츠도 드물다. F1 그랑프리는 한 해 동안 세계 각지를 돌며 19차례 경기를 치른다. 19전을 치르는 한 시즌, 한 팀이 사용 할 수 있는 100 억 원을 호가하는 엔진은 8개며, 새 엔진은 통상 3회를 쓰면 효율이 떨어져 교체한다.

이처럼 작은 정보라도 알고 있으면 경기를 보는 관점이 달라져 그만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들이 겨루는 만큼 경기장은 직선주로 길이와 커브 각도를 적절히 고려해 실력대로 기록이 나오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점에서 영암은 최상급이다.

경기장 상황이 나쁠수록 변별력 구분이 용이한데 결승 당일 비마저 내렸다. 오죽했으면 마니아들은 이번 대회를 야구의 9회말 2아웃 2사 만루 풀카운트 상황에 비유했을까. 영암대회 내용을 비난하는 사람은 야구 규칙도 모른 이가 야구장에 와 경기가 지루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무관심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다. 물론 F1 대회에 출전할 수준의 '머신'까지는 만들지 못하지만 자동차강국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런 첨단 기술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런 면에서 F1은 이를 위한 훌륭한 투자계기다.

"F1에 나갈 차가 없기에 F1에 관심이 없다?" 이는 월드컵의 공인구가 국산이 아니라고, PGA대회서 사용하는 골프채와 골프공이 국산이 아니라고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국내 타이어 업계는 세계적 자동차경주대회에 타이어를 공급해 기술을 인정받고 명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의 모터스포츠는 막 시작됐다. 영암에 건립된 F1 경기장에서는 당장 내달부터 다양한 경기가 예정돼 있다. 자동차는 물론 모터사이클 대회도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필요는 없다. 차근차근 정보를 전파하고 저변을 넓혀야 한다. 모터스포츠는 한 번에 끝나는 일회성 단막극이 아니라 계속되어야 할 우리들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최초 F1대회 개최를 이루어낸 조직위원회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신 많은 분들께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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