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경상수지 목표제' 빅딜?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10.27 16:02
글자크기

FT "G20 서울 회의 합의 위한 기반 마련"…양자간 막후협상 관측 솔솔(상보)

미국과 중국이 주요 20개국(G20)에서 제시된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양자 합의에 접근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다음달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공동합의가 도출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중국이 무역수지 조정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리다오쿠이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의 발언을 인용, 미-중 양국이 G20 서울 회의에서 경상수지 목표제를 합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FT "中, GDP 4% 제한 방안 지지"=리 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무역 흑자 감축 목표치를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며 "중국은 무역수지를 조정하는데 정치·경제적으로 유리한 조건에 있다"고 말했다.

리 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이 지난 주말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제안한 경상수지 흑자·적자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제한 방안에 대한 지지인 동시에 중국 정부가 이 방안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는 또 "지난 주말 회의에선 명목 환율이라는 표면적 이슈로부터 글로벌 리밸런스의 실체에 대한 논의로 논점이 움직이는 좋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고무적이었던 회의로 중-미 정부와 다른 나라 정부의 충분한 이해가 있었다"며 양국간 양자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대해 FT는 리 위원이 비록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의 자문역이지만 그의 발언은 미국의 제안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또 중국의 일부 경제지들이 중국 정부가 GDP 4% 목표치의 흑자폭을 어렵지 않게 느낄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일부 언론들은 최근 확정된 제12차 5개년 계획에서 내수 중심 경제 성장 방침이 명확해진 이후 정부가 이같은 무역 흑자 감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하고 있다.

또 앞서 이달 초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가 향후 3~5년에 걸쳐 GDP 4%까지 흑자폭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중국의 미국 제안 수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부총재는 당시 "중국의 무역 흑자는 이미 감소하고 있으며 시장이 중국의 무역수지 조정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의 GDP 대비 9.4%에서 5.8%까지 감소했으며 올해에는 4.7%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빅딜' 위한 막후협상 있었나=FT 보도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빅딜'을 위한 막후협상이 있었는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양측에서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양자 협의 가능성을 드러낸 공식 발언은 없었지만 최근 포착된 몇몇 움직임들에 막후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일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주목하는 것은 G20 경주 회의 직후 이뤄졌던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왕치산 중국 부총리간의 전격 회동이었다. 가이트너 장관은 경주 회의 폐막 하루 뒤인 지난 24일 중국 칭다오를 방문해 왕 부총리를 만났다.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 "미-중 관계와 G20 서울 회의 준비에 대한 의견 교환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위안화 환율 문제와 글로벌 리밸런싱을 비롯해 특히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막후협상에서 미국이 중국에 '점진적'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는 조건으로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미국으로서도 위안화가 느리게 오르더라도 무역수지 구조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을 이루는데 가까워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을 피하는 대신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으로 잃게 되는 흑자분을 신흥시장에서 만회하는 것을 노려 신흥국들에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G20 공동합의 가능할까?=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예상 밖 양자 합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G20 서울 회의에서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공동합의, 특히 GDP 4% 제한에 대한 의견 통일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는 지적이다.

경주 회의에서 이미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힌 나라들은 일본, 독일, 러시아, 호주, 아르헨티나 등 선진국과 신흥국을 막론하고 다수다.

FT도 프라납 무커지 인도 재무장관이 경상수지 목표제를 '죄수 구속복'에 비유한 발언을 전하며 이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무커지 장관은 "각국의 경상수지에 정책 가이드라인을 두는 것은 글로벌 경제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상수지 목표제의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대해 "경상수지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윤 장관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경상수지의 ±4%라는 구체적 숫자가 제시된 것은 각 국으로부터 경상수지 목표를 받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국가들이 경상수지 흑자를 4% 이하로 줄이겠다고 했고 적자국도 -4% 이하로 내려가면 힘들 것이라고 해서 공통된 분모를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