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못간 부자감세 철회 검토…왜?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10.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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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이른바 부자감세 철회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오전까지는 부자감세 철회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해놓고, 오후 들어 "통상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것이지 철회를 전제에 둔 것이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부자감세 철회 논란이 시작된 것은 전날 정두언 최고위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 정부에서 시행하지도 않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로 굳이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정당이라는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쓰면서다. 정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서도 이 같이 제안했다.



회의 직후 배은희 대변인은 "정 최고위원이 오늘 회의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부자감세 철회에 대해 재차 요구했다"며 "당에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위원회가 부자감세 철회를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부자감세 철회를 검토한다는 한나라당의 발표는 큰 파장을 가져왔다. 기업들은 투자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고,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조금씩 진보적 색채를 강화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못 박기 전략에 나섰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부자감세를 철회하겠다는 것은 만시지탄"이라면서도 "늦었지만 말로만 하는 구호에 그치지 말고 반드시 실천에 옮기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일단 말만 해놓고 이런저런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면 국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한나라당은 돌연 고소득층 감세 철회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 대변인은 오후에 브리핑을 갖고 "정 최고위원의 부자감세 철회에 대한 검토 요구와 관련, 공식 회의석상에서 후속절차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며 "부자감세를 사실상 철회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안상수 대표가 이종구 정책위 부의장에게 안건을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고, 보고서가 나오면 공식적으로 검토할 것인지 최고위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검토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최고위원이 어떤 정책을 제안하면 통상적으로 '검토해보자'는 말을 하는데, 부자감세 역시 같은 수준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이와 관련, 이 부의장은 "안 대표가 검토해보라고 한 내용에 법인세는 포함되지 않고 소득세만 언급한 것"이라며 "정책위 역시 소득세에 대해서만 검토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단순히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오전 발표가 불러온 파장이 너무 커 속도조절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많고 정부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일단 톤을 낮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나라당의 갈지자 행보에 야당은 공세를 퍼부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재계와 부자들이 한나라당의 발표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전했고, 한나라당은 뒤늦게 부랴부랴 수습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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