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경주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참석자들은 폭소를 터뜨렸지만 G20 의장으로서 다음 달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을 바라는 이 대통령의 절박감이 드러났다.
환율전쟁이라고까지 표현될 만큼 선진국과 신흥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환율 갈등과 국제통화기금(IMF) 쿼터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의 과제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이번 경주 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여러분의 손에,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이 달렸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경주 회의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시장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도록 유연성을 확대 한다"는 표현에서 좀 더 진전된 결과를 담겠다는 것이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코리아 이니셔티브'인 금융안전망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환율문제를 이 정도 선에서 차단해야 한다.
선진 흑자국은 내수를 확대하고 수출 의존도를 줄이는 개혁에 나서고 선진 적자국은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 저축을 늘리는 정책적 처방을 내리도록 했다. 반면 신흥흑자국은 사회안전망 강화, 환율 변동성 확대를, 신흥 적자국은 경제전반의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촉구했다. 원유 수출국에게는 경제구조 다변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문했다.
◇ '선진국vs신흥국 동상이몽'=하지만 우리의 바람과 달리 환율전쟁은 경주 회의 첫날부터 핫 이슈가 됐다. 미국과 중국을 대표로 하는 선진국과 신흥국은 그룹별, 국가별로 회의를 갖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법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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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이날 별도로 1시간 가량 오찬 회동을 하며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중국 등 신흥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노골적으로 높인 것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무역수지의 불균형 정도, 즉 무역적자와 흑자액을 향후 몇 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자는 공격적 제안을 내놓았다. 엄청난 무역흑자로 세계의 부를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을 코너로 몰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신흥국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신흥국들은 선진국에 비해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중국은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과 윤증현 장관의 면담을 별다른 이유 없이 취소하는 등 불만을 표시했다. 23일 회의에서 윤 장관의 중재로 대타협을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