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우인터 바라보는 대우맨의 눈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0.10.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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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정기총회가 열린 19일. 오랜만에 모인 300여명의 옛 대우그룹 임직원들로 행사장은 성시를 이뤘다. 연구회는 옛 대우그룹 임원과 평사원을 망라한 대우인들의 친목단체로, 이날 행사에는 김우중 전 회장이 참석하는 등 화제가 만발했다.

만찬이 시작되자 김 전 회장은 '옛 대우맨'들을 찾아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일부 젊은 직원들의 얼굴엔 약간의 '흥분'까지 느껴졌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김 전 회장과 함께 '대우인의 노래'를 부르는 '대우맨'들의 모습은 '세계경영'이라는 기치 아래 글로벌 영토를 확장해 가던 그 때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대우인의 노래 합창으로 일정이 마무리되고 김 전 회장이 자리를 떠나자 행사장은 이내 썰렁해졌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석별의 정을 아쉬워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그 중에는 김재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도 눈에 띄었다.

대우그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없지만 대우가 뿌려놓은 '세계경영'의 씨앗들은 결실을 맺고 있다. 그 대표주자가 대우인터내셔널이다. 옛 ㈜)대우의 상사 부문이 독립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여전히 국내 상사업계 부동의 선두 주자다. 최근에는 포스코 (398,000원 ▼4,500 -1.12%)에 새 둥지를 틀며 철강보국에 이어 종합소재기업으로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포스코의 글로벌 시장 개척에 한축을 담당하게 됐다.



김 사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직접 술잔을 들고 테이블 사이를 누비며 옛 동료들과 정담을 주고받았다. 2000년 대우그룹 해체 당시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눈물을 머금고 청춘을 바친 회사에 메스를 대야 했던 그다.

김 사장에 대한 '대우맨'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쓰러지던 대우를 마지막까지 지킨 장병주 전 ㈜대우 사장(현 세계경영연구회장)은 "대우그룹과 대우인터내셔널을 모두 경험한 김 사장의 노하우 없이는 포스코와 대우의 시너지 효과도 요원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이에 김 사장은 놀라 펄쩍 뛰며 그런 말씀 마시라고 손사래를 쳤다.

김 사장은 10년새 칼 대신 바늘과 실을 잡았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을 봉합하는 어려운 과제를 맡은 것이다. 대우의 '역동적인 DNA'를 포스코라는 우량기업에 어떻게 녹여낼 지, '포스코맨이 된 대우맨'이 써내려 갈 또 하나의 '신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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