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서울시 '낙지데이' 행사 가보니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2010.10.2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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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구청장 소속 정당 달라… '시vs자치구' 갈등 분석도

ⓒ홍봉진 기자ⓒ홍봉진 기자


20일 오전12시 서울 덕수궁 인근 서울시청 후생관 구내식당. '우리 낙지! 참 맛있어요!'라고 적힌 플래카드 아래로 시청 직원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날을 '낙지데이'로 지정해 점심 메뉴로 낙지를 제공키로 했다. 이날 식단은 낙지생야채 비빔밥을 비롯해 △홍합탕 △만두튀김 △과일야채샐러드 △포기김치 △찐감자로 짜여졌다. 직원용 식권가격이 2800원이라는 감안할 때 나름 풍성한 편이었다.



낙지는 전남 무안에서 직접 공수해온 세발낙지로 한그릇당 1.5마리가 들어갔으며 머릿살은 있었지만 먹물과 내장은 싹 빠져있었다. 450석에 달하는 식당 좌석은 대부분 꽉 들어찼다.

최근 '낙지 파동'이 가열되고 있어서인지 많은 관심이 모였다. 식사가 가능한지 묻는 일반 시민들도 있었지만 '직원 전용' 식당이어서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시 관계자는 "먹물과 내장만 빼면 낙지는 문제없다는 점을 홍보해 낙지 소비를 촉진키위한 행사"라며 "이날 1650명이 시식해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서울시는 "시중에 판매되는 낙지의 먹물과 내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고 이에 식품의약안정청과 농림수산식품부는 "해롭지 않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기관 사이의 '영역 다툼'으로 비춰지던 이 논란은 이내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올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낙지 파동'이 때 아닌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낙지 주산지인 전남 무안·신안 등의 어민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자 해당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들의 집중 포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전날에는 중금속 낙지 머리 검사 과정에서 사용된 국내산 낙지 3마리 가운데 1마리가 중국산으로 확인됐다는 수사결과 발표가 나왔지만 시는 여전히 그동안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 '낙지데이 행사'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면서 주산지 어민들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청 직원들은 식사를 하면서도 낙지가 '민감한 정치 이슈'로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인지 '중금속'과 관련한 언급은 다소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머리 내장 부위가 빠지니) 양이 좀 적어 보인다"며 '사소한 불평'을 털어놓기도 했다.

ⓒ홍봉진 기자ⓒ홍봉진 기자
한편 이날 서울시 성동구도 자체적으로 같은 듯 다른 낙지데이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소속 고재일 구청장과 직원들은 전남 무안에서 공수해온 세발낙지 400마리를 내장과 먹물을 포함해 통째로 시식했다.

사실상 오 시장의 주장과 달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낙지 파동이 시와 '여소야대'의 자치구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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