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랩 판매 중단해달라" 증권사에 요청 잇따라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0.10.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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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저조 우려-브레인 6개 증권사에 1개월 이상 랩 신규판매 중단 요청

투자자문사가 증권사에 자문형 랩어카운트 신규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수 상승으로 투자 종목 주가가 오를 대로 오른 탓에 수익률에 '빨간불'이 켜져서다.

증권사는 펀드 대신 자문형 랩이 신규 수익원으로 정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19일 증권업계와 자문업계에 따르면 브레인투자자문은 지난 15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에 자문형 랩의 신규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브레인의 자문형 랩 총 수탁고는 1조원으로 케이원투자자문과 함께 전체 잔액의 절반이 넘어선다.

박건영 브레인 대표는 "현재 포트폴리오대로 종목을 사게 되면 이미 주가가 올라서 기대 수익률에 못 미치게 된다"면서 "일단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6개 증권사에 신규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시장 상황까지 보고 리밸런싱을 하려고 한다"면서 "신규 판매가 언제 다시 될지 시기는 잘 모르겠지만 기업들 실적이 나오는 대로 종목을 발굴하려면 아마 한달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문형 랩은 10개 종목 안팎으로 투자를 하는데, 주가가 오를 대로 올라 추가 수익률을 내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삼성증권에서 판매하고 있는 브레인 랩의 1개월 수익률은 3%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을 살짝 웃도는 수준(0.31%)에 그친다.

삼성증권에서 판매하고 있는 케이원 연계 랩 역시 1개월 수익률이 3% 가량이다. 삼성증권의 자문형 랩 수탁고 2조3000억원 가운데 케이원과 브레인 랩 수탁고가 각각 6000억원, 3000억원을 차지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브레인 요청대로 20일부터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가 나오면 다시 신규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에도 케이원 연계 랩 상품을 증권사 자체 판단에 따라 중단을 한 적이 있다"면서 "소수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보니 자금이 너무 집중되도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1개월 전 케이원 랩 신규 상품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도 18일부터 브레인 랩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브레인 뿐 아니라 레이크투자자문 등 일부 자문사도 자발적으로 신규 판매 중단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피 수익률을 밑도는 등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탓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수익률이 30% 이상으로 좋다보니 투자자의 기대치가 높은데 최근 성적이 부진하다"면서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가 다소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레인 상품을 중단할지, 말지 아직 전략을 못 짰는데, 신규 자금은 채권형 랩 쪽으로 유인하면서 다른 자문사 연계 상품을 권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펀드 판매 수수료 대신 랩이 주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여건에서 인기 자문사 랩 상품 판매 중단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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