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적정 가치 평가'가 최우선

더벨 김민열 기자, 현상경 기자, 황은재 기자 2010.10.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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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M&A①]'인수리스크' 보다 자산가치·현금흐름 등 제대로 평가돼야

편집자주 올 하반기 최대 매물로 꼽히는 현대건설 본 입찰(11월12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9월말 매각공고 이후 인수의향서(LOI)를 낸 곳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2곳뿐이다. 열띤 경쟁을 기대했던 매각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인수전이 전개되면서 현대건설이라는 공적 딜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대명제보다 현대가에 휘둘리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금호그룹 사태로 뇌리에 박힌 '승자의 저주'에 대한 지나친 우려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온통 인수 리스크에 쏠려있다. 현대건설 기업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 진단해 본다.

더벨|이 기사는 10월14일(10:2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0년 현대家의 '왕자의 난'을 시발점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채권단 품에 안겼던 현대건설 (33,800원 0.00%)이 10년만에 초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현대건설은 지난 2년 연속 국토해양부 시공능력평가 1위, 50조원대의 수주잔액(2010년 6월말 기준), 안정된 사업포트폴리오와 리스크관리, 뛰어난 EPC능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간판 건설업체로 자리 잡았다.



최근 거론되는 현대건설의 매각가격은 3.5~4조원. 이는 현재 시장 매매가격에서25~40% 가량의 프리미엄을 합산한 수치에 불과하다. 즉 시가총액에 지분율(매각대상 지분 34.88%)를 적용하고 약간의 '웃돈'을 얹은 단순 계산인 셈이다.

현대건설의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가늠하려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부채는 물론 , 향후 영업력이나 성장성, 미래 현금흐름, 그리고 현재 장부가로만 평가된 투자자산 등 비영업용 자산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1조원에 기업을 사더라도 해당 기업의 빚이 1조원이라면 실제 지불하는 가격은 2조원이다. 반대로 1조원에 기업을 매입하더라도 그 기업이 5000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다면 실제 지불금액은 5000억원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해당 기업이 단기간에 더욱 많은 현금을 벌어들일 것이 확실하다면 이에 대한 가치평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현대건설은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에 비해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이 훨씬 높다. 이익에 기초한 주가수준을 따져 봐도 PER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이익이나 자산에 비교한 이익률(ROA/ROE)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7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06년 지분 72%를 6조원, EV/EBITDA 17배에 팔았던 대우건설에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건설이 보유한 잉여자산과 비영업자산의 가치까지 감안할 경우EV/EBITDA 수치는 11배 이하로 떨어진다. 현재 시장 안팎에서 거론되는 가격수준(3.5~4조원)이 대우건설 등 유사매물과 비교해 볼 경우 현저히 낮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온통 인수 이후 리스크에 초점이 쏠려있다. 거대 매물을 인수할 자금이 있는지, 혹은 인수한 뒤에 어떤 시너지가 있을 것인지가 주된 논의 대상이다.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잇따라 대형 M&A 경쟁에서 이긴 금호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진 우려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앞 다퉈 인수자의 경영능력이나 재무능력을 살피겠다고 가담한 상태다.

문제는 매각자가 중심을 못 잡는 사이 비밀유지 및 비방금지의무를 서약(CA)한 인수 후보들간 불공정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그룹은 공개적으로 광고 등을 통해 상대방을 간접 공격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도 현대그룹이 컨소시엄으로 끌어들인 독일 M+W그룹에 대한 국부유출 논란 등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매물'보다는 '인수자'들의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있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 후보들이 인수자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외부요인'에 불과하다. 공적자금이 투여된 기업 매각의 본질에서는 비켜난 것이다. 인수를 한 후에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매각을 접는 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현대건설 인수자가 겪어야 될 재무적인 우려는 시장 메커니즘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매각의 가장 큰 원칙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인 공적자금 회수가 후순위로 밀려난 채 금호그룹 사태 재연을 우려하는게 우선순위가 되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한때 원 주인의 버림을 받으면서도 국민들의 세금이 담긴 공적자금을 받은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부활해 값어치를 증명한 기업이다”며 “그만큼 적정한 값을 받는 게 중요하며 인수 리스크는 셀러가 걱정하기보다는 투자자 각자의 책임아래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겪었던 다른 매물들과 달리 한국을 대표하는 1위 기업이자, 한국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초대형 기업이기도 하다. 굳이 회사에 현금이 유입될 필요가 없는 우량기업이다. 기업 가치와 비교해 적정한 값, '제 값'을 주고 거래가 되지 않을 경우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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