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통위는 '물가'와 '환율' 사이에서 분명 상당한 고민을 했다.
환율이 부담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연말 전망치인 1100원 수준에 이미 근접했고, 미국과 일본이 양적완화 정책을 본격화 하면 추가 하락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율 하락은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금리를 동결해야 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금통위는 환율안정과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택하고, 대신 물가안정 목표에 부합하는 적정한 금리 수준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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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재는 '절박감'이란 표현으로 금통위의 선택을 설명했다. 환율 변수에 대한 대응책이 더 절실했다는 얘기다. 김 총재는 "환율 변수를 고려했지만 한 가지만 본 것은 아니다. 어떤 변수든 그 절박감을 본다"고 말했다.
김 총재의 고뇌는 비단 물가와 환율 사이에만 있지 않다. 금통위 내 의견이 엇갈리면서 또 한 단계 선택의 고민을 해야 했다.
김 총재는 "소통을 위해 이번 금통위부터 만장일치 결정여부를 공개키로 했다"며 "이번 금통위 결정은 만장일치는 아니다"고 했다. 인상을 주장하는 위원이 한 명 이상 됐다는 얘기다.
과거 금통위 의사록으로 판단해 보면 금통위원 6명(7석 중 1석 공석) 중 김 총재와 이주열 부총재를 뺀 4명 위원의 의견은 동결과 인상이 2대2로 갈린다. 총재와 부총재가 일반적으로 같은 결정을 한다고 보면 표결은 4대2 또는 5대1로 났을 가능성이 크다. 5대1은 김 총재가 리더십을 발휘, 한명을 설득했을 경우다.
어떤 경우든 김 총재는 '동결표'를 던졌을 수 밖에 없다. 한은의 제 1목표인 물가안정과 글로벌 환율 상황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 총재에게 먼델의 이론은 선택의 도우미였던 셈이다.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였지만 문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김 총재는 "3.6% 물가상승률 중 배추 값을 빼면 2.9%"라며 이번 결정을 정당화 했다. 물가 불안이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란 것.
그러면서도 김 총재는 "3.6%란 수치가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인정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제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아는 김 총재가 3.6%와 2.9%의 차이를 애써 언급한 것은 상당히 궁색한 측면이 있다. 김 총재는 "물가는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