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상속수단?

머니투데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10.10.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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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전국 사립미술관 75개…대부분 재벌집 여성들이 관장직 맡아

미술관은 상속수단?


궤적1. 한 광역시가 여는 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의 총감독을 맡은 A관장을 스케치한 기사 내용이다.
 
"이번 행사의 총감독을 맡은 A관장은 마이크를 들고 개막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짧은 커트머리에 화사한 흰색 원피스를 차려입은 그녀가 야심차게 준비한 페스티벌의 주제는 '모바일 비전-무한미학'이다. 즉 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예술을 보여주는 것이다.

9월 한달 동안 '모바일아트' '웨이브' 등 6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다. A관장은 대학에서는 공학을, 대학원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미디어아트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그녀다. 사실 그녀는 아트센터 관장이라는 타이틀보다 회장 부인으로 더 알려져 있다."



◇외화 밀반출 vs. 페스티벌 총감독

궤적2. 2007년 10월, 대통령선거가 치열하던 때다. 한 젊은 여자 큐레이터의 고위 공직자와 불륜과 허위 학력 그리고 그녀의 알몸사진이 언론에 터졌다. 국민들은 열광(?)했다. 만나면 그 얘기뿐이었다. 그래서 당시 유력 대권후보의 시빗거리가 다행스럽게도(?) 상당기간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렸었다. 그녀와 관련 언론 보도 내용이다.
 
"S씨(35) 사건의 불똥이 재벌 미술관으로 번졌다. 그녀는 S미술관의 기업후원금 횡령과 조각품 매매알선 과정에서 리베이트 수수혐의를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빼돌린 돈을 모두 S그룹 K전회장의 부인 P관장(53)에게 상납했다며 발을 뺐다. 이를 P관장은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S미술관과 P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출처가 분명치 않은 62억여원을 발견했다.
 
재벌부인의 우아한 '사교장'이자 품위유지 수단이던 미술관이 비자금 은신처였다는 사실이 졸지에 드러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재벌 미술관과 그것을 운영하는 재벌가 안주인들에 대한 세인의 궁금증도 커졌다. 이들이 미술시장의 '큰손' 컬렉터이고 기획전시 등을 통해 스타 작가를 만들어내는 구실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장은 거의 재벌 안주인

2006년말 현재 전국에 사립미술관은 75개에 달한다. 하지만 제대로 규모를 갖춘 곳은 대부분 재벌 미술관이다. 흥미롭게도 이곳들은 모두 재벌 집안의 여성들이 관장직을 맡고 있다. S미술관의 P관장은 S그룹 K전회장의 부인이다. L미술관은 S그룹 L회장의 부인 H씨. K미술관은 K그룹 고 P명예회장의 여동생 P씨다.
 
일각에는 재벌 미술관들이 기업의 사회환원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호의적인 반응도 있지만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작품을 상속수단으로 여긴다는 등의 비판도 적지 않다.
 
문화재단을 만들어 미술관을 설립하면 세금 면제 혜택과 로또문화기금 수혜 등을 받는다. 더구나 미술관을 갖고 있는 재벌그룹은 예외없이 건설사를 소유했거나 현재 소유하고 있다.
 
"연면적 1만㎡ 이상 건축물을 신·증축할 때는 건축비용의 0.7% 이하를 미술품 장식에 써야 한다는 제도를 이용해 건설사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술계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덩치 큰 조형물의 알선자는 작품가격의 40∼60%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 관행이다. 주로 알선자는 상업 화상이나 미술관이다." 예술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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