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 IPO의 의미

더벨 신수현 기자 2010.10.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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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10월12일(17:2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근 강호동, 유재석, 고현정 등이 소속된 디초콜릿이앤티에프가 경영진들의 횡령 및 배임으로 잇단 곤욕을 치른바 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일어 난데 이어, 올해만 최대주주가 3차례나 바뀌었다. 심지어 소속 연예인들이 출연료도 받지 못한 상태다. 결국 연예인들은 제 갈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을 보유한 기획사가 이 정도인데 중소형 기획사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초록뱀미디어는 2006년 이후 적자행진 중이다. 드라마 제작 대표주자로 꼽히던 김종학프로덕션은 2년 동안 주인만 여섯 번 교체됐다. 한때 '엔터주'로 주목 받던 옐로우엔터테인먼트처럼 상장폐지된 기획사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연예기획사 사업 한계의 원인으로 △유명 연예인을 영입하기 위한 무리한 출혈경쟁 △가수 훈련비 및 유지비, 프로듀서 섭외비 등 막대한 고정비 △최대주주 및 대표의 권한 집중으로 인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무리한 투자와 잘못된 의사결정 등을 꼽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상위로 평가 받는 YG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이 주목 받고 있다. 사실상 비제도권에서 우후죽순으로 난립했던 기획사들이 상장이라는 합법적인 제도를 통해 대형화하고 있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사의 상장 효시는 SM엔터테인먼트다. BoA,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 유명 가수가 속한 SM엔터테인먼트는 업계 1위로 가장 먼저 상장해 시장에서 이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재무실적 또한 최근 급신장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도현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얼마 전 SM 기업탐방 결과 해외 로열티, 특히 일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효리의 전 소속사이자 스타발굴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제작한 2위 업체 엠넷미디어도 상장을 택해 대형화를 모색했다.

뒤이어 업계 3위인 YG엔터테인먼트도 IPO를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 9월말 코스닥시장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IPO가 성공하면 '빅3' 엔터테인먼트가 모두 제도권 안에 진입하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빅3'의 IPO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좀 더 투명해지고 제도 아래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이영곤 투자정보팀장은 "YG엔터테인먼트 상장과 SM엔터테인먼트의 확고한 수익구조 확립 등 엔터주 관련 기업에 주목할만한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가 확산되면 기획사가 톱스타 한 두 명을 내세워 투자자를 농락하는 사례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형 업체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업체는 살아남아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류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MBC 인기드라마 '동이'는 해외에서만 96억원을 벌어들였다. 인기 걸그룹 '카라'는 일본 오리콘 차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이런 호재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직 연예기획사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YG의 IPO가 이런 기현상을 해결하는 단초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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