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 장기화되면서 내편네편 자중지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10.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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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47,750원 ▲1,250 +2.69%)) 사태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자고나면 새로운 의혹이 터지고 있는 등 사태 발생 40여 일이 지나도록 수습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책임지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내편과 네편을 가르는 내부 갈등만 심해지면서 자중지란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 내부에서 이번 사태를 일으킨 사람들로 불리는 이른바 '신한 10적(신한 사태를 일으킨 10명의 핵심 관계자들)'과 이들에 반발하는 일부 부서장(지점장 급)들이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한사태 장기화되면서 내편네편 자중지란


특히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불거져 나오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에 관한 의혹들이 이들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민주당 신건 의원은 지난 12일 금융위원회 국감 당시 가차명 계좌가 1000개가 넘고, 비자금도 수백억 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 10적'이라고 알려진 라 회장 측근그룹 멤버들은 이런 의혹 해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서 신한은행의 2002년 자료부터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이 은행장으로 선임된 2003년 이후 특별히 문제 삼을 게 없는지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 사장의 은행장 시절 혹시 모를 라 회장과 관련된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은행 업무는 제쳐두고 '아군 방어 및 적군 공격 자료 찾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반면 라 회장 등 이번 사태를 일으킨 세력에 불만이 많은 부서장급들은 퇴근 후 신상훈 사장을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에는 일하고(晝耕) 밤에는 로비에 나서는(夜로비) 것이다. 주로 지점장들로 구성된 이들은 신 사장 변호인단 구성은 물론 신 사장 구명에 힘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신한 10적'의 그동안 행적을 은행 내부에 적극 알리고 있다.

신한 내부에선 양측의 이런 정 반대 움직임이 현 신한금융그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분위기다. 신한의 한 직원은 "조직이 패가 갈려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조직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정말 걱정"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빨리 수습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공멸하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그룹 내 일각에선 각 계열사 임원들을 중심으로 영업 최 일선에 나가 있는 직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역량 있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간담회를 여는 등 이번 사태로 동요하는 직원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각 부서장들에게 직원들을 잘 챙겨주라고 특별히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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