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회장 돌연 출국으로 금감원도 전전긍긍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신수영 기자, 김지민 기자 2010.10.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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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안정 기대 무시, 국감 회피해 논란...당국도 '당황'

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46,950원 0.00%)) 회장의 갑작스런 출국의 불똥이 금융 당국으로 튀고 있다.

라 회장이 미국 출장 중 급거 귀국할 당시 신한지주측은 "조직을 추스르고 각종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라 회장 자신도 '조직 안정'과 '소명'을 강조했다. 그러나 돌연 출국해 국정 감사 후에 돌아오겠다고 밝히면서 신한지주 임직원들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라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한 금융감독원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중징계 통보에 대해 라 회장이 "자진 사퇴 없다"면서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관행"이었다고 반박하더니 홀연 해외로 떠났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의 체면이 구겨진 가운데 12일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이 라 회장의 실명법 위반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이럴 거면 왜 들어왔나"=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후 일정을 취소한 채 귀국할 때와 입장을 달리 해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위해서 돌연 출국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비자금, 차명계좌 의혹 등에 휩싸여 언제 낙마할지 모르는 라 회장이 IR을 나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에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한 뒤 하루도 안 돼 출국했다. 소명보다 입장 통보와 같았다. '신한 사태'에 책임을 묻겠다는 당국 방침에 당분간 사퇴할 뜻이 없고,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최소한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라도 머무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이 '오만하다'며 불쾌한 속내를 드러낸 이유다.

각종 의혹에 대해 라 회장의 해명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차명계좌 존재를 알았고, 관행이었음을 실토하면서도 본인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라 회장의 말대로라면 부하 직원들만 징계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라 회장이 '큰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신한지주 직원들은 허탈해 했다.


신한금융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라 회장에 대한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귀국해 소명하며 흔들리는 조직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알았는데 또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 어떻게 하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금감원, 라 회장 차명계좌 은폐 의혹= 지난해 5월 신한은행 종합검사 당시 금감원은 라 회장의 차명계좌 운영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한 금감원이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가능성을 감지했다는 의미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지난해 종합검사에서 금감원 검사반장은 라 회장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간 자금거래와 관련해 20여 명의 금융거래 내역을 요구하는 정보제공 요구서를 신한은행에 발부했다"고 주장했다.

영업부 및 지점 직원 7~8명에 대해 검사반장이 직접 문답을 실시했고, 문답 후 신한은행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는 것. 당시 검사반은 라 회장의 자금거래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내고 관련자로부터 문답서, 확인서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에 당시 검사반장이었던 안종식 금감원 실장은 "태광실업과 신한은행 간 부당대출 있었는지 자금 전반에 대한 조사를 했고 차명계좌가 일부 있었다는 정황은 있었다"며 이를 일부 시인했다.

안 실장은 그러나 "당시는 검찰 수사 중이었고 원본서류가 검찰 압수 중이라 확인할 수 없었다"며 "당시 차명계좌와 관련해 6명의 직원에게 질문지를 발송했지만 제출을 완강히 거부해 받지 못했다"고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금감원도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결국 차명계좌와 관련한 확인서 제출을 거부하는 등 신한은행이 금감원 검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데도 금감원이 소극적인 검사에 그쳤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아울러 "검찰에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검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해 온 기존 입장과도 상충된다. 금감원이 라 회장의 차명계좌 검사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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