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신한지주 빅3… 지배구조 변혁 예고

머니투데이 김익태 신수영 오상헌 기자 2010.10.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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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48,900원 ▼100 -0.20%)) 회장에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관련 중징계 방침을 정하며 신한지주의 지배구조에도 대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한지주 이사회에서 지난달 14일 신상훈 사장을 직무 정지시킨 데 이어 구심점이 될 라 회장의 거취마저 불분명해진 상황. 여기에 이백순 행장마저 일본주주 기탁금 등을 불투명하게 썼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빅 3 모두의 거취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8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라응찬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관련 중징계 방침을 신한은행에 통보했다. 법 위반 정도를 고려할 때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 통보는 지난해 황영기 전 KB금융그룹 회장에 이어 2번째. 당시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 파생상품 투자 손실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받았다. 향후 4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어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당하는 수준의 조치다.



그동안 신한지주 측은 차명계좌 개설에 라 회장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번 중징계 방침으로 불투명한 거래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의 직접적 제재로 직무 수행이 어렵게 되지 않을 경우에도 라 회장은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황 전 회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듯, 라 회장 역시 자진 사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적으로도 신한은행장 3연임, 신한금융지주 회장 4연임의 명성에 흠이 갔을 뿐 아니라 금융회사 CEO로서의 자격 논란도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실적이나 지배구조 모두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터다. 지난 9월2일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은행장 시절 횡령 및 배임혐의로 고소할 때도 '부도덕한 행위를 뿌리 뽑고자 했다'며 원칙과 청렴을 위한 것이라고 은행 측이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4연임에 성공한 라 회장이 그동안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던 만큼 예정보다 빨리 회장 직 사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라 회장이 물러날 경우 신한지주 후계구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11월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이 행장마저 제재를 받게 될 경우 라응찬-신상훈-이백순 등 신한지주 경영진 3인의 동반 퇴진이 현실화된다.

신 사장 직무대행 후보로 거론됐던 이사회 멤버 가운데 차기 경영진이 선임되며 관치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신한지주는 오는 21일 금감원의 제재심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대한 소명하기 위해 실무차원에서 준비하되, 공식적 대응은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 참석 차 해외 출장 중인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귀국 후 이뤄질 전망이다.

신한지주가 경영 공백 수습 등을 위해 이사회 등을 개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 측은 "이사회 개최나 직무 대행 등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충격적 상황이지만 일상 업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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