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있는가?"…딸 잃은 50대 아버지 절규

머니투데이 부천(경기)=윤상구 기자 2010.10.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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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목숨을 빼앗아간 범인을 눈앞에 두고도 처벌할 수 없다니 억울하고 분해서 속이 터질 것 같습니다."

회사원 A모씨(54·부산시 중구)는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외동딸(20)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살아 있는 게 생지옥'인 A씨의 가슴 아픈 사연은 이렇다.

지난 5월 A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스무 살 된 딸이 자취방에서 유서 한 장을 남겨 놓고 목을 맸다는 것이다. 유서에는 "이젠 생활비 대줄 일도 없고…꼭 그에게 죽음을 알려 달라"는 그간 힘들었던 심경이 담겨 있었다.



평소 착한 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A씨는 정신없이 장례를 치른 뒤 딸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일기장과 미니홈피를 뒤져보고 딸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진실을 밝혀 나갔다.

고3 때 인터넷 채팅을 통해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고 미혼 행세를 하며 접근한 한영구씨(가명·35)를 알게 됐으며 대학(서울 소재) 입학 후 서울과 부천에서 동거를 시작, 결혼까지 약속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둘의 관계는 한씨 부인에게 발각됐고 '합의금 주지 않으면 간통죄로 교도소에 보내겠다'는 협박에 학교생활을 포기한 채 한씨가 소개한 술집에 취업 성매매를 강요받았고 그 돈은 합의금 등으로 갈취 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무차별적인 폭력과 참혹한 인권유린 등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는 것도 확인했다. 비통함을 뒤로한 A씨는 억울하게 죽은 딸의 혼이라도 달래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해 한씨의 거주지 관할경찰서를 찾아 진정서를 냈다. 딸을 농락해 끝내 자살로 몰고 간 파렴치범을 처벌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정서를 접수한 경기 부천중부경찰서는 한씨를 불러 조사를 벌였지만 피해자 진술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풀어줬고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최선을 다했지만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며"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증거가 여러 가지 있는데도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한씨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찰수사도 담당 경찰이 3번이나 바뀌는 등 수사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모르겠다"며"처음부터 수사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현재 A씨는 청와대에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진정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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