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수주 부진속 내년 예산까지 줄어 '발동동'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9.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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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발주공사 급감할 듯, 올해 수주부진까지 겹쳐 건설사 위기론 팽배

올해 공공공사 발주 부진으로 건설사들의 수주 실적이 목표대비 3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까지 줄자 건설사들이 위기감에 빠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살리기와 철도 등 녹색성장 관련 신규사업이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이 수혜를 입었지만 내년에는 신규사업 투자액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자 건설사들이 출구전략의 희생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28일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년 SOC 예산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서민주거 안정, 지역경쟁력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춰 23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정부예산안 23조8000억원보다 4000억원, 올해 예산안 24조1000억원보다 7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세부적으로 4대강 살리기에 3조3000억원, 기타 SOC 사업에 19조7000억원이 투자된다. 철도와 수자원(4대강) 등을 제외한 대부분 부문의 예산이 줄었고 도로와 도시철도, 해운·항만 등 교통·물류 부문의 삭감액이 컸다.



특히 내년 예산의 대부분이 기존 사업의 완공에 투입되고 신규사업 예산은 98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내년 신규 발주공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내년 신규사업 예산은 공항철도연계시설 확충(800억원), 국가건물 에너지통합관리시스템 구축(52억원) 등에 일부 예산이 투입될 뿐 도로 신규사업 투자액은 전무하다.

문제는 각 건설사들의 올해 공공공사 수주실적이 목표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신규사업 예산마저 전무함에 따라 건설사들의 경영기반이 급속히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 한국건설경영협회가 회원건설사의 상반기 경영실적을 분석한 내부자료를 보면 30대 건설사의 연초 수주목표 대비 평균 실적은 33.8%에 그쳤다. 40% 내외였던 예년보다 7~8%포인트 낮은 것이다.


부문별 수주 달성률도 공공(28.7%)과 국내(31.7%)가 민간(33.6%) 및 해외(38.9%)보다 저조했다. 이는 공공공사 발주 부진과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아파트 도급사업 수주가 급감하고 대신 해외건설 및 재개발재건축 수주를 늘렸기 때문이다.

118조원에 달하는 부채 줄이기에 올인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를 대거 연기한 것이 수주 급감의 원인이다. 여기에 공공공사 비중이 높은 20위~40위권 중대형 건설사들 중 일부는 3/4분기가 지난 현재까지 수주실적이 1000억~2000억원대에 그치는 곳이 속출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중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남은 4/4분기 동안 최저가낙찰제 공사로 5조원 가량이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국토부 예산도 줄어든 마당에 남은 기간동안 수주량을 늘리지 못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공공공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주 물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문제"라며 "건설사들이 출구전략의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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