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한국, 더 잘 나가는 이머징

머니투데이 이건희 재테크 칼럼리스트 2010.10.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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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행복투자]

주식시장의 KOSPI 종합지수가 1년 동안 1550~1750의 박스권 안에 머물다가 지난 8월 초에 상향 돌파해 1800에 바짝 다가섰었다. 하지만 이후 재차 하락하면서 1700대 초반까지 떨어진 바 있다.

단기 하락 시마다 그 이유는 항상 있게 마련이어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금융위기시 놀란 가슴 단기하락시마다 놀란다'는 반응이 나타나곤 한다. 설사 지금 대고점이 형성되더라도 금융위기로 인한 최저점이 발생한 이후 이미 2년이 흐르면서 상승이 이어졌기 때문에, 이 정도 기간의 상승은 반등이나 '에코버블'이 아니라 온전한 대세상승이라고 보아야 온당하다.



9월 들어서는 1년 장기 박스권을 확실하게 재차 상향 돌파하면서 1800선 위에 안착했다. 8월초 박스권을 돌파할 때에 비해 거래대금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1년간 장기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박스권의 상단이 이제는 장기 지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한국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미국의 주식시장은 6~8월에 형성했던 단기고점들을 한국의 추석연휴 기간 동안 강하게 돌파함으로써 4월 고점에 대한 도전이 숙제로 남아있다.

전 세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에서 칠레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가장 탄탄한 상승을 이어 왔다. 표에서 2008년 말 대비 2010년 9월 네째주까지의 상승률을 국가별로 살펴봐도 확인된다. 따라서 한국이 세계 주식시장의 주도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OECD에 속하지 않는 이머징국가들 중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는 국가들도 많다.



한 국가 안의 주식시장이 대세상승을 지속할 때도 종목별 편차가 매우 크듯 전 세계 주식시장이 대세상승을 지속할 때도 국가별 지수 상승률의 편차가 매우 크다. 현재 세계 주식시장의 주도 업종은 이머징국가들이다.

역사상 흐름으로 보는 가장 긴 대세는 월봉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1997~98년 외환위기 시절에는 1992년 대저점까지 깨고 내려가는 추락이었다. 60개월 이동평균선, 즉 5년간의 이동평균선까지도 하향 전환됐었다. 그 당시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시아의 이머징국가들이 크게 어려울 때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도 1998년 8월에 장대 음봉이 발생하는 등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60개월 이동평균선은 살아있으면서 월봉상 조정이었고, 직전 대저점도 붕괴되지 않았었다.

반면 그로부터 20년 뒤 나타난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한국시장은 월봉상 조정이었다. 2003년에서 2007년까지 이어졌던 대세상승기가 시작되기 직전의 대저점이 금융위기 때 붕괴되지 않았다. 60개월 이동평균선, 즉 5년간의 이동평균선도 상향 추세가 무너지지 않고 계속 유지됐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5년간 이동평균선이 하향 전환했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이머징국가들이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5년간 이동평균선의 상향 추세를 유지한 것과 대조 된다.

일반 종목들에서도 약세장에서 상향 추세선이 유지되는 종목이 다시 강세장으로 돌아설 때 선도적으로 고점을 뚫고 올라가면서 주도주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이머징국가들이 앞서서 고점을 뚫어주었고, 한국 또한 그랬기 때문에 주도주라고 보아도 된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 주식시장이 한국보다 더 좋은 모습을 하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아래 그림에서 한국과 일부 선진국을 비교한 일봉차트를 볼 수 있는데, 다른 선진국들도 대략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OECD국가 중 주도주인 한국이 앞서서 고점을 뚫어주고 있고, 이러한 여파가 선진국들로로 확산될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다.

반면 아시아 외환위기 시절에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시장이 폭락으로부터 먼저 확실하게 살아나면서 1998년 말이나 1999년 초에 앞서서 고점을 뚫고 올라갔다. 아시아의 이머징마켓은 그보다 훨씬 뒤에 고점 돌파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이 여러 측면에서 ‘미국 및 선진국시장’ 과 대비해 ‘한국 및 이머징시장’이 1998년과 2008년에 서로 상반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위기와 폭락의 주원인의 출발지점이 어디인지, 회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볼 때 나타나는 바와 부합된다.

한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1%로 다른 OECD 국가들보다 훨씬 높았다. 재정 위기로 어려운 스페인과 그리스는 각각 0.1%와 3.5%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경제성장률이 4분기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혹자는 지난해 급속한 경기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로 평가절하 할 수도 있지만, 세계 속에서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가 중요하다. 다른 국가들은 기저효과가 없었느냐는 것이다. 즉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제조업이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면서 수출이 늘고 내수와 투자가 살아났기에 경제성장률과 주식시장 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투자를 할 때 어려운 쪽을 보면서 투자하면 투자할 수 있는 시기가 없다. 아무리 좋은 시절이라도 어려운 쪽은 있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잘 나가는 쪽,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쪽을 보면서 투자를 해야 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한국보다 다른 이머징국가들이 훨씬 더 잘 오른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의 투자가로서 투자의 용이성이나 구체적인 종목 및 펀드 선택시 이해도가 뒤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 조정을 거치면서 급하지 않게 꾸준히 올라가기 때문에 안정된 상승의 모습이다.

1998년 외환위기와 회복시에는 세계 시장에서 미국 및 유럽 선진국가들이 주도주였고, 2008년 금융위기와 회복시에는 한국 및 이머징국가들이 주도주인 것은 산업 및 경제 환경의 시각에서도 부합한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기술주들이 붐을 일으키면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새로운 산업이 확장되면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신경제’라는 말까지 언론에 많이 회자됐었다. 그런 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유리한 입장이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위기의 원인 제공을 했던 선진국이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좀 더 소모적인 노력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에너지와 각종 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시기라서 이머징국가들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돼 있다. 또한 세계 경제 속에서 미국의 비중이 여전히 가장 크지만 브릭스를 중심으로 하는 인구 대국들의 경제력 및 국민생활수준 향상이 미국과 유럽의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 영향을 상쇄시켜준다.

한 국가 안에서도 전체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하면서도 매출이 줄어들고 수익이 줄어드는 분야가 있고,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도 더욱 살기 힘들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성장을 주도해가는 분야에 의해 이끌어지는 전체 경제를 반영할 뿐이다. 세계시장에서도 성장이 둔화되고 어려워지는 국가들이 아니라 성장을 주도해가는 국가들이 얼마나 세계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는지에 의해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 시대의 투자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보는데 집중하지 말고 이머징국가들을 보아야 한다. 예전에는 일본도 성장국가였고, 미국도 성장국가였다. 지금은 브릭스를 비롯한 성장국가들이 부상하는 시대이며 한국도 아직은 그 대열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중국 10.5%, 인도 9.4%, 브라질 7.1%에 이어 한국을 5.7%로 제시했다. 이는 G20 주요 20개국 가운데 5위 수준이다.

국제 사회에서 선진국 중심의 경제력이 금융위기 이후로 분산되면서 다극화되고 있다는 점을 투자에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계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이 올해 4.6%에서 내년에는 4.3%로 둔화된다는 전망이 있어 향후 우려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는 본격적인 침체가 아니라 연착륙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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