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단독중계 왜 포기했나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10.09.2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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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FIFA만 좋은 일" 속으론 '브랜드 가치 올렸다'?

SBS가 2016년까지 남은 올림픽(3경기) 및 월드컵(1경기) 중계 관련, 단독중계를 포기하고 KBS 및 MBC와 협의를 거쳐 공동중계를 하기로 한 것은 단독중계가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BS는 방통위로부터 19억7000만원 과징금 처분을 받기 며칠 전 KBS와 MBC에 '코리아 풀' 복원에 대한 협상을 제시했다. 이미 스포츠 공동중계 가능성은 조금씩 거론돼온 것이다.



SBS측은 자사가 협상제안을 먼저 한데 대해 "중복 편성만이 아니라면 순차편성 형태의 공동중계를 희망한다는 시청자 반응이 컸기 때문에 코리아 풀 복원 협상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BS가 단독중계권을 내놓고 코리아 풀 복원 합의에 나선 1차 이유는 '남아공월드컵' 단독중계의 결산을 따져보면 수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SBS는 이번 단독 중계를 통해 730억원 가량의 광고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단독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이 1100억원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중계권료 750억원에다 제작비 등에 소요된 300억+&의 비용이 투입됐다.

SBS가 광고로 벋어들인 수익은 733억원.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서 67억원 가량의 광고매출을 추가로 올렸지만, 16강 진출시 500만불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FIFA 계약에 따라 이조차 '남 좋은 일'만 한 상황이 됐다.

더욱이 SBS는 방통위로부터 보편적 시청권 금지행위 위반으로 2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결국 협찬수익 등 부가 수익을 감안해도 총 매출은 900억원 가량, 지출은 1000억원이 넘으니 최소 1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본 셈이다.

또, '전파 사용료 배분(광고수익 배분)'을 둘러싸고 지역방송사와 갈등도 벌어졌다. SBS의 단독중계로 매출이 줄어든 지역방송사들은 "월드컵 방송 중단"이라는 논의까지 할 정도였다. SBS로서는 절대적인 '지역 네트워크 방송' 인프라가 위협을 받으며 '지역방송사'라는 SBS의 근원적 한계가 노출된 셈이다.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SBS 실적과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에도 불구하고 2분기 SBS의 영업익은 60억원에 그치면서 전년 동분기 대비 오히려 줄었다. 증권사들은 SBS의 주가를 전망하면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SBS로서는 이처럼 수익면에서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방송사간 분란을 일으키면서 이래저래 부담이 가중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손해만 본것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독점 중계 과정에서 서울, 경인 수도권 지역방송사인 SBS는 공영방송사나 전국방송사의 지위를 갖고 있는 KBS나 MBC와 견주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볼 수도 있다. 증권사에서는 SBS가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올린 '브랜드 가치'는 광고매출을 뛰어넘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 비공식적이지만 차기방송협회장을 원하는 SBS측의 요구도 수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방송협회가 20일 코리아 풀 복원과 관련해 공식 발표한 자료에는 "지상파 방송3사는 원만한 협의를 위해 KBS, MBC, SBS 3사가 호혜 평등의 원칙에 따라 방송협회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송협회에서나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호혜평등 원칙에 따른 협회 운영'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다름 아닌 협회장 자리를 차기부터 SBS를 포함해 순차적으로 맡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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