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빛과 그늘…셀트리온과 네오세미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0.09.0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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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 (191,500원 ▼1,500 -0.78%)과 분식회계로 상장폐지된 네오세미테크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우회상장한 기업이라는 점. 그리고 2008년 시장을 후끈 달꿨던 바이오와 태양광 '테마'의 대표기업이라는 점입니다.

두 회사 모두 정상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정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기존 상장기업 인수를 통해 '뒷문'으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네오세미테크는 엄청난 분식회계에 휘말리며 퇴출되고 말았고, 개인투자자 7000여명이 들고 있던 시가총액 4000억원은 사실상 공중분해 됐습니다.

그러자 규제기관들과 관련업계는 '우회상장 개선안'을 전격 발표하며 '뒷문'단속에 나섰습니다. 뒷문으로 들어오는 기업들에 대해 정문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 사실상 뒷문을 차단키로 한 겁니다. 예전부터 뒷문이 맘에 걸렸는데, 이번 기회에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 1위 기업도 뒷문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셀트리온은 우회상장 전 수차례 코스닥 정식상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히 거절당했고, 코스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문에서 번번히 무시당한 셀트리온은 '뒷문'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오알켐을 인수하며 우회상장했습니다.

당국은 우회상장 심사시 양적요건 외에도 기업계속성, 내부통제, 투명성 등 질적요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우량기업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코스닥 1위 기업도 들어올 수 없는 정문으로 얼마나 많은 우량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특히 이미 기존에 시장에 정착한 대기업과 중견기업만을 위한 조치라는 불만도 나옵니다. 업황에 허덕이는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결국 M&A를 택해야하는데, 우회상장 단속은 이를 봉쇄해 결국 힘없는 중소기업과 소액주주만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우회상장 1년 전부터 감사인이 내부정보를 심사한다고 하지만, 내부자 정보가 새 나갈 위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단속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우회상장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머니게임'세력들은 우회상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부터 당국의 승인을 받는 합병을 취하지 않고, 사업부만 인수해 사실상 우회상장 효과를 노리는 시도들은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울러 네오세미테크의 퇴출은 너무나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아무런 보상 없이 너무도 큰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도 두고두고 곱씹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공시를 믿고, 정부인증을 신뢰하고, 증권가 매수 보고서를 참고해 매수했던 사람들이 모두가 피해자로 전락한 점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2008년 6월 디앤티로 우회상장한 네오세미테크는 2008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8년까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고 공시했고, 회계법인은 이 내용을 감사했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 300억원에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한 뒤에야 대규모 분식이 발견됐습니다. 회계법인 감사를 받은 공시가 허위였으니, 투자자들은 뭘 보고 투자해야했을까요.

네오세미테크는 지식경제부가 기술 개발사업자로 지정하기도 했고, 산업은행으로부터도 '글로벌스타'인증 기업으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직접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죠. 한맥투자증권은 '저평가된 태양광 및 LED테마주라'라며 매수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규제기관과 교수 등 시장 전문가들, 증권업계는 '위험 종목은 피해라'며 우회상장 개선안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과 기업의 생존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인들에게는 무책임한 말일 뿐입니다. 지금도 네오세미테크 일부 주주들은 회사와 경영진, 회계법인을 상대로 '끝장대응'하자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도개선이라는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고 보기엔 힘없는 소액주주들의 희생이 너무나도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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