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 '먹튀 논란' 무엇을 남겼나

머니투데이 마카오=김건우 기자 2010.08.3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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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튠엔터 사태로 본 코스닥 엔터 실상 ①]스타와 시장의 위험한 만남

'월드스타'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가수 비가 투자한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한국 엔터테인먼트주들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팬텀엔터, 여리인터내셔널, DSP미디어 등 지난 2005~2007년 우후죽순으로 시장에 등장한 연예인 관련주 상당수가 시장에서 퇴출됐다.
연예인 관련 상장 종목들은 막연한 기대로 시장의 거품을 키우고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불러오는 한편, 소수 '머니게임' 세력들은 수익을 챙기기 십상이었다.
시장에 뛰어든 스타들 가운데 일부는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팬들의 사랑에 큰 흠집을 남겨 결과적으로는 '패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제이튠엔터 (59,600원 ▼1,000 -1.65%)를 둘러싼 논란은 이같은 스타와 시장의 '위험한 만남'에 대한 경종이었다.
↑가수 비가 마카오 현지 '도망자' 촬영 현장에서 대본을 읽고 있다.↑가수 비가 마카오 현지 '도망자' 촬영 현장에서 대본을 읽고 있다.


◇ '스타'의 가치는 '수익'보다는 '주가 재료'?

2005년 엔터주 우회상장의 물꼬를 튼 팬텀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수십배로 급등하자 주식시장에서 스타 연예인들의 '이름값'은 급등했다. 스타 연예인의 이름을 간판으로 내세우면 부실기업의 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가수 비(본명 정지훈)는 2007년 9월 제이튠(구 쎄이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47억원을 투자,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2년9개월만인 지난 7월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했고, 남은 소액주주들은 '배임'이라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비는 2007년 10월 제이튠엔터와 4년 전속계약을 맺고 150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당시 제이튠엔터는 이를 공시하지 않았고 다음해 감사보고서에만 내역을 기재했다.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제이튠엔터의 상장을 추진했던 주요 인물들이 비에게 당초 제시한 금액은 150억원이 아니라 200억원이었다.
이후 당사자들의 협의를 거쳐 150억원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주가를 움직일 재료로써 '스타'의 존재가 그만큼 절실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제이튠엔터 상장의 주역들은 비와 작성한 계약서를 들고 다니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의 이름과 인감도장이 찍힌 계약서가 없었다면 증자에 참여할 투자자들을 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9월 유상증자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라는 조합을 통해 스타엠, 디질런트FEF(현 M&M) 등이 참여했다. 스타엠은 비의 월드투어 행사를 주관한 곳이다.

제이튠엔터는 비의 소속사로 상장된 후 단 한 번도 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비가 회사에 기여한 수익 가치는 주가 부양을 위한 재료로서의 가치에 훨씬 못미친 셈이었다. 반면 주가는 비의 행보에 따라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비가 주연한 영화 '닌자어쌔신' 개봉 전에는 주가가 과열 수준으로 급등했고, 지분을 매각하자 폭락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이 얼마나 수익을 남겼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소프트뱅크 벤처스는 2009년 해산했지만 이미 이전에 지분매각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 드라마 '도망자' 속의 한 장면↑ 드라마 '도망자' 속의 한 장면
◇스타도 명성 흠집, 팬 신뢰 흔들...장기적으론 '패자'

비가 제이튠엔터를 통해 상장하기 직전 한동안 연예부 기자들에겐 "비가 모 상장사로 이적한다"는 제보들이 줄이었다. 이렇게 언급된 상장사 숫자만 십여개에 달했다. 루머로 주가를 올려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때로는 스타의 가족 등 주변 인물들이 무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비의 아버지 정기춘씨가 이사로 재직했던 하얀세상은 2007년 1월 세종로봇(현재 플러스프로핏)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7월에는 한텔의 인수를 시도했다. 당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줄줄이 급등했다. 비의 아버지와 관련있는 회사여서 비가 우회상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주가 상승의 이유였다.

스타들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코스닥 입성을 유혹하는 증권가의 '세력'들과 이에 기대 한몫 챙기려는 일반 주주들의 욕심은 주가를 밀어올렸다.
수건돌리기처럼 진행된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었고, 결국 손실은 스타의 이름만 보고 뒤늦게 달려든 소액주주들의 몫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예 관련주들은 연예인의 상품 가치보다 연예인의 일회성 행보에 따른 주가흐름에만 초점이 맞춰져 점차 시장의 관심과 신뢰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비는 자신이 회사 경영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비와 제이튠엔터의 운명이 같을 것이라고 여긴 투자자들은 비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4일 제이튠엔터 소액주주는 가수 비와 소속사대표 조동원,김윤철씨를 배임죄 등 사기죄로 부산사하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소액주주는 비가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므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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