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車 배터리 경쟁 치열...5년후 5곳만 생존"

머니투데이 진상현, 최석환 기자 2010.08.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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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영 SK에너지 사장 언급..."LG화학·삼성SDI·SK에너지 남을 것"

주요국들이 '미래의 석유' 리튬 확보전에 나선 가운데 중대형 2차 전지(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을 놓고 글로벌 업체들의 물밑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기술이 없어서, 거래선이 없어서 망하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라며 "3년 정도 옥석을 가리는 과정을 거쳐 5년 후엔 (글로벌 시장에서) 5개 정도의 기업이 남아 캐쉬카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생존 가능한 '5개 기업'에 현재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는 LG화학과 삼성SDI, SK에너지 등 국내 3사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노트북과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소형 2차 전지 분야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일본 경쟁사들을 추격하는 모양새였지만, 중대형 2차 전지에선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화학 등 국내 3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급성장이 예상되는 유망 산업이다. 관련 업계에선 올해 4000억원, 2013년 5조3000억원, 2015년 10조원대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올해 120만대에서 2015년 420만대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LG화학의 경우 미국 '빅3' 자동차 메이커 중 2곳인 GM과 포드, 미국 상용차 업체인 이튼(Eaton), 중국의 장안기차, 유럽의 볼보자동차 등 이미 확보한 고객만 7개사다. 당초 연말까지 10개사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최근 이 목표도 상향 조정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선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양산경험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면서 "세계 1위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삼성SDI는 일찌감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인 BMW를 잡으면서 LG화학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와 손잡고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설립했고, 이를 통해 2013년부터 2020까지 8년간 BMW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최치훈 삼성SDI 사장은 "2차전지 사업을 기반으로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성장하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SK에너지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독일 자동차 제조기업인 다임러그룹의 '미쯔비시 후소'에 이어 현대·기아차그룹이 첫 순수 전기차로 개발 중인 'i10' 기반 양산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키로 했다. 구 사장도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등의 분야에선 출발이 느렸지만 완전한 의미의 전기차(EV) 측면에선 상당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양산 체제도 갖춘 만큼 (현대기아차 계약보다) 더 큰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2차전지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3각 구도를 형성하면서 선의의 경쟁이 펼치고 있는 것은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동반된다면 반도체 산업과 같이 시장 선점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전과 역방향인 충전과정을 통해 반복 사용이 가능한 전지. 리튬계(리튬이온전지, 리튬이온폴리머전지)와 알카리계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니켈아연), 산성계(납축전지) 등이 있는데 최근엔 리튬이온 전지가 차세대 전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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