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의 주식 매각, 어떻게 봐야 할까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0.08.23 08:20
글자크기

[김동하의 네이키드 코스닥]

지난 7월말 에스엔유 (2,520원 ▼40 -1.56%)프리시젼은 박희재 대표이사가 30만주를 장내에서 팔면서 주가가 20%가까이 급락했습니다.

매도 이유는 주주배정유상증자 참여.
서울대 학내 벤처로 출발한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박희재 대표이사는 '가진게 주식밖에 없다'며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 공대 교수기도 한 박 대표는 자기 회사 주식 30만주를 약 3만2000원에 팔아 96억8000만원을 거둬들였고, 이중 73억원을 증자에 참여했습니다. 매각가격이 주당 약 3만2000원 수준인데 증자 청약가격이 주당 1만9350원인 점을 감안하면 '고점매도', '저점매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약 20억원의 차익을 거뒀지만, 세금을 제하고 나면 그다지 남는 돈은 없다고 합니다. 신주인수권 등 때문에 지분율도 26.7%에서 22.2%로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돈을 벌기 위한 매도였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주가가 단기에 빠지면서 '단타'위주로 매매하거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주식을 팔아야한 주주들은 피해를 봤을 겁니다. 하지만 사내 유보금으로 주당 2주에 육박하는 파격적인 무상증자까지 실시했고, 주가도 많이 회복한 상황이어서 장기투자자들의 큰 불만은 없다고 합니다.

주성엔지니어링 (32,750원 ▼600 -1.80%)누리텔레콤 (3,445원 ▼55 -1.57%) 역시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최대주주가 지분을 일부 매각해 눈총을 산 바 있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월 황철주 대표이사와 양두영 부사장이 보유 주식 가운데 일부를 매각했는데, 주가가 고점이었던데다 분기 44억 영업적자 발표 전이어서 불만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황 대표는 이후 대규모 BW를 발행하면서 신주인수권 절반을 사들여 자금이 필요했던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주가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장기투자자들의 불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


누리텔레콤도 지난해 조송만 대표이사와 부인이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주식을 팔아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조 대표는 창업 18년 상장 10년만에 주식을 팔았는데, 일부는 빚을 갚고 일부는 신주인수권을 인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창업자들이 지분을 파는 경우는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먹튀'와분명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큰 돈을 빼돌리지 않은 이상 주주들도 불만을 제기하기는 어렵겠죠.

그러나 대표이사가 '돈'을 목적으로 주식을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상황 재무상태, 호재와 악재를 가장 잘 아는 경영자가 돈을 벌기위해 소액주주들을 '먹이'로 활용하는 건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AD모터스의 전신인 리노셀은 전 대표이사인 한진호씨가 7대1감자를 실시하기 전 10%에 달하던 지분을 대량 매도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상장폐지된 케이이엔지의 경우에도 최대주주였던 윤순균 대표이사가 상장폐지가 결정나기 직전에 공시도 하지 않고 주식을 전량 팔기도 했습니다. 윤 대표의 마지막 지분공시는 지난해 2월 3일로 지분율은 20.5%였습니다.

이화전기의 전 최대주주 진흥기업도 10대1 감자 전 주식을 전량 처분해 눈총을 산 바 있습니다. 소속사 제이튠엔터 (60,000원 ▼100 -0.17%)의 지분을 매각해 논란에 휘말린 가수 비의 경우에도 가장 마지막에 지분을 판건 액면병합이라는 재료 발표 전후였습니다.

외형상 같아 보이는 사장님의 지분 매각이라도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하기 위한 경우와 회사를 뜨기 위한 경우는 구별해야 할 듯 합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