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만 배불린 SBS' 주가 시들시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0.08.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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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SBS순익 3.5억인데 지주사 순익은 58억...SBS주가는 2개월새 2만원 빠져

SBS (21,900원 ▼200 -0.90%)가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1,930원 0.00%)로 인해 수익이 급감하면서 주가도 맥을 못추고 있다.
 
올초 5만원이 넘었던 SBS 주가는 19일 3만400원으로 마감, 간신히 3만원대를 지켰다. SBS 주가는 7월부터 10% 이상 떨어진 반면 SBS콘텐츠허브 주가는 30% 이상 상승하면서 1만원대를 돌파했다.

SBS와 SBS콘텐츠허브 주가가 이처럼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실적 때문이다. SBS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3억5800만원에 그쳤다. 반면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는 각각 92억800만원, 65억64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의 주수익원은 SBS가 생산한 방송콘텐츠에서 나온다. 몸통인 SBS는 겨우 적자를 면한데 비해,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는 매출액의 10%가 넘는 순이익을 거둘 수 있는 비밀은 바로 콘텐츠 사용료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SBS가 콘텐츠 사용료를 제대로 받지 못함에 따라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반면 SBS플러스와 SBS콘텐츠허브는 수익이 확대되고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SBS노조도 콘텐츠 사용료 지급비중이 MBC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2008년 최소 121억원의 순수입을 추가로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주사만 배불린 SBS' 주가 시들시들


SBS는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더 많은 콘텐츠 사용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그러나 SBS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SBS 경영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는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때문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광고와 콘텐츠 판매 등 SBS 고유 업무가 SBS미디어홀딩스로 이전되면서 SBS라는 방송국 자체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SBS미디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율은 30%밖에 안되지만, SBS플러스는 100% 보유하고 있고, SBS콘텐츠허브는 65% 보유하고 있다. SBS의 수익보다 SBS플러스나 SBS콘텐츠허브의 수익이 클수록 SBS홀딩스의 수익이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로 SBS미디어홀딩스는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가 대규모 순이익을 내는 덕분에 상반기 57억97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주회사 체제에서 자회사의 독립·책임 경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주회사의 지분율이 낮은 계열사 이익을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로 이전시키는 '터널링' 행위는 SBS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SBS미디어홀딩스는 '터널링'을 통해 설립 첫해 2008년 213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35억원을 배당했다. 배당금 대부분이 6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태영건설로 흘러갔다. 반면 SBS는 2007년 542억원의 순이익이 2008년 77억원으로 급감했다.

뿐만 아니라 배당도 2007년에는 196억원이나 했으나 2008년에는 한푼도 못했다. 이로 인해 SBS미디어홀딩스 외 SBS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나 한국투자증권, 대한제분,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본 셈이다.
 
지주회사 형태의 방송사가 방송법 등 각종 규제를 피해나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사항이다. 특히 연내 선정될 종합편성 채널사업자가 지주회사 형태를 택할 경우 공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미 SBS에서는 노조가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관련 협상을 할 대상자가 사라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모든 언론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며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합법적으로 기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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