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울타리 갇힌 SBS, 무늬만 언론"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0.08.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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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체제에서 언론사 책임경영 불가능… 방송국 자체 무력화시킬 수 있어

언론사가 지주회사체제로 되면 책임·독립경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SBS미디어홀딩스가 거론됐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과 미디어행동은 1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지주회사체제, 방송의 미래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SBS 지주회사체제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자회사 독립이 힘들고 책임경영이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경영)하게 돼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 자회사를 독립·책임경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SBS가 SBS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인데, SBS노조가 윤세영 회장 일가나 태영그룹으로부터 독립경영을 약속받았다고 믿었다면 이는 순진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실제로 SBS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된 이후부터 책임·독립경영을 펼치지 못했다. SBS 월드컵 단독중계 과정에서 벌어진 월드컵 중계방송의 공공전시권(PV권)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SBS가 월드컵 단독중계와 관련해 파상적인 압박을 받으면서 의연하게 월드컵 단독중계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주회사라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주회사체제는 SBS라는 방송사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SBS미디어홀딩스의 SBS 지분율은 30%에 불과한 반면 SBS플러스는 100%, SBS콘텐츠허브는 75.1%다. SBS미디어홀딩스 입장에서는 지분율이 낮은 SBS의 이익을 줄이는 대신 지분율이 높은 SBS플러스나 SBS콘텐츠허브의 이익을 늘려야 유리한 구조다.

예컨대 SBS 이익을 100% 계열사로 옮기면 SBS미디어홀딩스는 SBS에서는 30%의 손실을 보지만 100% 계열사에서 100% 이득을 본다. 최 교수는 "SBS가 방송수익을 냈다면 시청자 후생이나 제작을 위해 재투자해야 마땅하다"면서 "그런데 지주회사체제에 있는 SBS는 수익에 비해 투자가 미흡한 모습"이라 했다.
 
SBS 이익이 줄어들면서 사회환원기금 출연액도 줄어들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SBS는 2008년 31억8000만원, 2009년 26억7000만원 등 총 58만8000만원을 과소 출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주회사 설립당시 SBS가 보유한 투자자산이 대가없이 SBS미디어홀딩스로 넘어가면서 SBS의 자산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미디어홀딩스는 현대홈쇼핑 장부가격 22억5000만원,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을 아무런 대가없이 가져갔다"며 "투자자산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하든가 SBS 내부에 남겨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해결방안도 제시됐다. SBS미디어홀딩스가 방송지주회사로서는 처음있는 사례로 다른 방송사업자들이 모방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SBS 재허가 과정에서 이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기적인 개선방안으로 방송법내 지주회사 관련 규정이나 방송지주회사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태영건설이 가지고 있는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규제해야만 부당하게 자회사에 개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SBS미디어홀딩스가 출범 초기에 약속했던 것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대로 넘어가서는 자본권력의 방송지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사회가 눈감았던 윤세영 회장-윤석민 부회장 세습체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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