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햇살론, 이러다 '뱃살론' 될라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8.13 09:39
글자크기
# 지난 9일 오후 '햇살론'을 취급하는 한 상호금융회사 A지점. '햇살론'을 받기 위해 찾아온 중년의 고객이 창구 직원과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고객이 제출한 재직증명서가 가짜로 판명 났기 때문.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고객은 급전이 필요해 재직증명서를 꾸몄지만 결국 탄로 났다. 이 회사엔 이런 사례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 접수된다.

# 회사원 이 모씨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햇살론'을 신청, 20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대출이자와 카드비 연체, 현금서비스 등을 많이 사용한 탓에 신용등급(7등급)이 낮다. 연봉은 4000만 원 선으로 서민층은 아니었다. 반면 이 모씨보다 연봉이 적은 김 모 씨는 신용등급이 5등급이라 '햇살론'은 그림의 떡이었다. 어쩔 수 없이 20∼30%대의 고금리의 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일부러 신용등급을 떨어뜨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기자수첩]햇살론, 이러다 '뱃살론' 될라


'햇살론'이 출시 2주 만에 1300억 원 넘게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소외당한 저신용·저소득자들은 상당히 반기고 있지만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개월 후 이 문제가 극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햇살론'을 대출이 아닌 지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이런 이유로 일반 대출보다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책 대출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고스란히 해당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지는 등 정책 실패로 나타날 수 있다.



또 10%대 금리의 '햇살론'은 신용등급 6∼10등급이면 이용할 수 있다. 이보다 신용등급이 좋으면 저소득층은 금리가 높은 다른 금융회사를 찾아야 한다. 연체 한번 안하고 신용관리를 잘했던 이들이 과연 계속 그러고 싶을까.

지난 2007년 초 부동산 시장에는 '뱃살(이)론'이 등장했다. 정부의 십 여 차례의 정책에도 불구,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 집값은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다이어트에 비유한 말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 뱃살이 가장 늦게 빠지거나 안 빠진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정부 정책의 실패'를 꼬집은 말이다.

금융당국이 '햇살론'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서민지원'만 계속 강조한다면 '햇살론'은 2010년 판 '뱃살론'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