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뭄, 美 농부엔 횡재수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2010.08.10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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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의 곡물가 앙등, 2년 재고 처분 절호 기회

밀(wheat)값이 2년래 최고치에 오른 6일, 미국 아이오와주 웨스트 벤드에 있는 농협 '맥스일드' 한 어드바이저는 지역 농부들에게 비축해둔 밀을 팔아라고 권했다. 이는 그간 밀을 쌓아둔 채 값이 충분히 오르기 기다렸던 미국 농부에게 일제히 창고를 개방, 밀을 내놓는 매도신호가 된 것으로 보도됐다.

6일 12월 인도분 밀 선물값은 장중 부쉘당 8달러68센트로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마감가는 전날종가에 비해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정한 가격제한폭인 7.4% 떨어진 7달러55센트로 마감했다. 장중 고점에 비하면 13% 폭락했다.



9일에도 밀 가격은 약세로 마감했다. 12월물은 부쉘당 7달러43센트로 전거래일 대비 1.6% 하락마감했다.

130년만의 러시아 가뭄이 미국 농부에겐 횡재수가 됐다. 23년래 최고치로 높아진 밀 재고를 좋은 값에 청산할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USDA 추산에 의하면 5월말 현재 미국 밀 재고는 3000만톤이다. 식량파동기인 2007~2008년중 미국 재고는 사상최저치인 830만톤으로 떨어졌었다.



2007~2008년 곡물파동 이후 재배가 늘었으나 바로 금융위기를 만나면서 투기적 수요가 떨어져 나가며 가격이 급락, 재고를 좋은 값에 처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밀값은 6월초 부쉘당 5달러로 안되는 값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이번에 러시아 밀 수출금지 조치로 값이 오르는 행운을 만났다.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의하면 7월1일 이후 미국외로의 밀 운송량은 1억4150만톤으로 전년동기대비 36% 늘었다.

세계4위 밀수출국 러시아는 극심한 가뭄에다 산불까지 겹쳐 수확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자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출금지조치를 취했다. 이로 이해 올해 러시아 밀 수출은 작년 18만톤 수준에서 300만톤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전망했다.


러시아 수출중단으로 당장 타격을 받게 된 곳은 세계 최대 밀수입국인 이집트다. 미농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집트의 연간 밀수입량은 930만톤이다. 당장 러시아로부터 선적을 못받아 미국이나 EU 등으로 구입선을 바꿔야할 처지다.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은 밀 가격 앙등 속에 미국 농부들이 밀 경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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