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알미늄 회사채, 공모로 포장된 사모?

더벨 조화진 기자, 이도현 기자 2010.08.0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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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쯔비시도쿄UFJ가 전량 인수키로 사전 약속

더벨|이 기사는 08월03일(10:1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롯데알미늄이 이달 초 발행을 예정하고 있는 외화표시채권(이하 외표채)이 공모(公募)로 위장된 사실상 사모(私募)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리 채권 전액을 인수할 일본계 은행 한 곳을 정해 놓고 주관사를 형식적으로 끼워 넣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롯데알미늄은 오는 6일 5000만 달러의 외표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대우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아 총액인수하는 이번 채권은 롯데알미늄이 9년 만에 발행하는 공모채다.

롯데알미늄이 오랜만에 공모채 시장에 등장한 것은 은행을 통한 외화차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외화대출의 용도제한 규제가 부활되면서 국내 사용목적의 외화자금을 은행에서 차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외화대출 규제 이후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일찌감치 시장의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타 그룹에 비해 계열사들의 외화자금 사용 비중이 높고, 주로 일본계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거나 사모채를 발행하는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그간의 외화대출 또는 사모사채를 원화대출로 갈아탈 것인지, 아니면 국내외에서 공모채 발행으로 대체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롯데알미늄은 당초 사모채 발행을 검토했다. 그러나 외화대출 규제가 부활된 이후 공모채 발행을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모로 발행하려던 것은 계획 단계에서 하나의 가능성으로 열어 둔 것일 뿐 실제 발행을 추진한 것은 아니다"며 "외화대출 규제를 피해 사모로 발행할 계획을 공모로 바꾸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롯데알미늄 회사채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전량 인수하기로 사전에 약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측은 7월23일을 발행 예정일로 잡았으나 투자자 문제와 공모 발행을 위한 요건 등의 이유로 이달 6일로 늦어졌다.

공모 발행이라고 하지만 총액인수하는 대우증권이 인수단을 꾸릴 필요도 없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공모발행은 인수단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원칙이고, 발행사에서 사전에 투자자를 정해 놓는 일은 없다"며 "주관사를 끼워 넣기는 했지만 사실상 이름만 빌려 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채권인수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 회사채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상품의 한 축을 이루고 있지만 유독 롯데는 그 문을 활짝 열지 않고 있다"며 "특정 일본계 금융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등 폐쇄적인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투자자들의 기회가 많진 않다"며 "롯데가 국내에서 끌어 모으는 수익에 비해 국내 금융시장에 공헌하는 바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회사채 시장에서도 적용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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