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채 대신 갚을께"··· 국가재정 적신호 켜졌다

머니투데이 박영암 강기택 김경환 기자 2010.08.0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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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347조 부채폭탄…공공기관 부채 합산시 국가채무 34%에서 67%로 급등

남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초.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 천문학적인 국가부채에 휘청 거리자 글로벌 금융위기 악몽이 또다시 전 세계를 뒤덮었다.

정부는 우리 재정은 탄탄하다며 불똥 차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 부채를 국가채무에 포함시킬 경우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철저히 무시됐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이 정부와 독립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발행한 부채는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물정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또 "공공기관 부채 증가 못지않게 자산도 증가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당기순이익을 실현하고 있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공공기관 부채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손실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LH가 전국 각지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 중 일부를 포기하기로 하고, 이 문제로 민심이 들끓자 청와대 주도로 손실보전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손실보전 방안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책사업 수행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LH 손실보장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1조에 달하는 LH의 총 부채 중 상당수가 보금자리주책 등 국책사업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22조원 규모의 4대강 사업을 떠맡은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 상당수가 LH와 같은 재정지원을 요구할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2009년말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3.8%(359조6000억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5%를 크게 밑돈다며 '나라살림살이' 솜씨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부채를 더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지난해 286개 공공기관의 총부채는 347조6000억 원. 국내총생산(GDP)의 32.7% 규모다. 23개 주요 공기업의 부채도 지난해 213조2000억 원이다.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부채를 합칠 경우 GDP 대비 66.5%로 올해 초 재정위기를 낳은 스페인(54.3%) 포르투갈(77.4%) 등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LH에 재정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부채는 엄격히 다르다"라며 "국가재정의 건전성에는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정부 역시 공공기관 부채 폭탄이 불러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인원조정과 임원급여 삭감을 추진하는 등 공공기관 채무 감축에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천문학적 채무는 임금삭감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줄곧 부인했지만 결국 공공기관 채무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LH사례가 보여준다"며 "공공기관 부채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기관 부채를 국책사업 수행에 따른 정부귀책 부분과 자체 방만경영 결과부분으로 나눠 전자를 국가채무처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기업에 재정지원을 하기 이전에 반드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력 없는 사업은 과감히 민간부문으로 넘기고 인원과 조직을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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