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도 보기 힘든' 대학병원 교수, "트위터선 친구해요"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10.08.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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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도 트위터 바람..의대교수들 대거 동참

"우리병원 직원을 칭찬해주세요. 멘션(메세지) 남겨주신 분 중 20분께 영화관람권 드리겠습니다."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장(서울의대 정형외과 교수)은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SNUBHceo)를 통해 '깜짝' 이벤트를 진행했다. 병원을 찾았던 '팔로어(메세지 구독자)'들에게 칭찬해줄 만한 직원을 추천해달라고 제안하고, 그 중 20명에게 영화관람권을 '쏘는' 이벤트였다. 7월 22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이벤트에는 30여명이 참여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트위터 열풍이 병원에도 불고 있다. 특히 '권위'의 상징이던 대학교수들이 트위터 대열에 합류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진료실에선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1분이 채 안되지만 트위터에선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블로그나 미니홈피와 달리 140자 이내의 단문 메시지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다. 스마트폰으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만 사용자가 80만명을 넘어섰다.

정진엽 원장의 메세지를 받는 팔로어는 214명. 컴퓨터와 아이폰을 통해 트위터 사이트에 접속, 병원 이야기와 동료 의사 이야기 등 일생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를 직접 남기며 호응을 얻고 있다.



정형외과 의사인 만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상식도 전한다. 간이 좋지 않아 고민이라는 팔로어에게 정밀검사를 권하고, 의료진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진료했던 환자들을 '팔로어'로 만나 안부를 나누기도 한다.

천근아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Dr_Cheon_Keunah)는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소회를 팔로어들과 공유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이자 엄마로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 점을 올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젊은 부모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민주적인 부모는 자녀들이 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해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명확하게 깨우쳐 주는 부모"라고 조언하는 방식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증 등 고민을 털어놓는 팔로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조두순 사건이나 체벌 금지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전문가로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송상용 삼성의료원 인사기획실장(성균관의대 병리과 교수.@super_dragon)은 의료원 측이 의료진들에게 스마트폰을 조기에 지급할 것이라는 사실을 748명의 팔로어들에게 처음으로 알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슈가 되는 의료계 뉴스와 맛집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재호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JaeHoLee2010)는 일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주로 올리며 소통하고 있다. 인턴시절 임종을 코앞에 둔 환자 곁에서 근무하다 통곡하는 보호자들을 보며 어머니가 생각나 눈물을 삼키느라 힘들었다는 이야기부터 "환자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내가 이분들을 치료했는지 이분들이 나를 치료했는지 모르겠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한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 냉정한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의사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위터를 통한 입소문이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되며 트위터를 직접 개설해 운영하는 대학병원들도 늘고 있다. 각종 의학정보와 병원소식은 물론 건강상담도 제공하는 것. 연세대의료원(twitter.com/iSEVERANCE)과 서울아산병원(twitter.com/AsanMedicalNews),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twitter.com/khnmc) 등이 대표적이다.

동서신의학병원은 팔로어 숫자가 1명 늘어날 때마다 100원씩 불우환자돕기 기금을 조성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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