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꼬리가 몸통 흔드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0.08.06 08:40
글자크기

하위규정 느슨해져…본래 취지 퇴색 우려

제약사가 의사나 약사에게 줄 수 있는 각종 지원 범위의 상한선을 경조사비 20만원, 강연료 하루 100만원으로 정부가 정함에 따라 자칫 리베이트 쌍벌제 본래 취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실을 감안한 규정 완화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모든 항목에 걸쳐 금액기준을 정한 것은 합법적으로 리베이트를 보장해 주게 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도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 개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달 중순께 시행규칙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공정위와 제약협회가 함께 제정했던 공정경쟁규약은 사실상 폐기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제약사가 의사와 약사의 경조사에 20만원 이내의 금품, 명절에 10만원 이내의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리베이트로 인정되지 않는다. 10명 이상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하루 100만원(시간당 50만원) 이내의 강연료를 지급할 수 있으며, 교통비와 숙박비 등을 별도로 제공할 수 있다. 서면 계약에 의해 의약학적 자문에 응할 경우에도 연간 100만원 이내 자문료를 받을 수 있다.



또 학술대회 개최 등에 대해 정부안에서는 제약사 지원을 제약하는 규정이 대부분 삭제됐다. 의료관련 학회의 스폰서 상한선이 폐지된 것 역시 의료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학회에서 요구할 경우 이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하위규정은 경조사비, 명절선물 등 다소 비현실적인 공정경쟁규약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평가다. 리베이트 근절법 시행 이후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영업 환경이 악화됐지만 하위규정이 다소 완화되면서 마케팅이 좀 더 수월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맞춰 소액을 수차례 나눠서 지급할 경우 이를 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은 문제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마케팅 허용 범위가 늘어났고 리베이트 영업을 할 수 있는 헛점도 많이 보인다"며 "제약사들이 과거와 같은 출혈 경쟁을 다시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쌍벌제 법안 통과 이후 의사단체에서 하위법령을 유리하게 만드는데 집중해 왔다"며 "실제로 쌍벌제 하위규정이 의료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