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당첨자 '잠 못드는 밤'

머니투데이 송충현 기자 2010.08.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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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진행 차질·아파트값 하락 우려..사전예약 권리 포기하면 불이익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당첨자들이다.

LH와 인터넷 입주자 동호회 등에 따르면 당첨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전예약에 당첨된 기쁨도 잠시, 이제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LH가 118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신규 사업장 138개에 대한 사업 재검토에 들어가자 보금자리주택에도 불똥이 떨어지지나 않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차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당첨자들은 당장 내년 말로 계획돼 있는 본청약이 제때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눈치다. LH 관계자는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는 소식이후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되는 것이냐는 사전예약 당첨자들의 문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 포털사이트의 입주자 커뮤니티에도 논란이 뜨겁다. 누리꾼들은 "돈이 없다면서 어떻게 보금자리주택을 진행할 수 있나", "LH가 중간에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포기하면 사전예약에 당첨된 권리는 보존되는 건가" 등의 의견을 올리며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당첨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LH가 보금자리주택지구 토지보상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 자체가 답보상태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토지보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본청약조차 시작할 수 없어서다. LH 관계자는 "올 초 사전예약을 받은 2차 지구에 대한 토지보상을 준비 중이며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H는 지난해 보금자리지구로 전환된 경기 의정부 고산 일대에 토지보상비 58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지역주민의 반발을 사는 등 수요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본청약이 연기되면 사전예약 당첨후 본청약 일정에 맞춰 자금계획을 세워놓은 당첨자들의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전예약 당첨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또다른 이유는 LH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주변시세와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2차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당첨자들의 불안은 더욱 크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리서치팀장은 "경기 시흥시 은행동 평균 시세는 3.3㎡당 821만원으로 보금자리주택 최고가인 890만원에 비해 낮다"며 "부천 옥길지구 역시 3.3㎡당 평균 시세가 900만원대라 보금자리주택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이디 'm***'를 사용하는 한 당첨자는 "아무리 실거주 목적의 보금자리주택이더라도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올 수 있는데 현재의 보금자리주택 상황으로 현금화가 쉽겠냐"며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사전예약 권리를 포기하자니 불이익이 따른다. 사전예약 당첨자가 당첨 권리를 포기하면 2년간 다른 보금자리주택에 사전예약이 불가능하다. 본청약은 가능하다고 해도 보금자리주택 수요자 대부분이 사전예약 당첨 후 자금계획을 세워 본청약을 준비하는 서민임을 감안하면 이 또한 쉽지 않다. 그야말로 3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이에 대해 LH 한 관계자는 "상황은 조금 힘들지만 보금자리주택은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며 사전예약 당첨자들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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