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뚱뚱한 아이는 뚱뚱한 엄마 때문?

머니투데이 윤장봉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2010.08.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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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뚱뚱한 아이는 뚱뚱한 엄마 때문?


한 가지 질병에 대해 그 원인을 찾는 것도 의학의 중요한 갈래입니다. 주로 원인론(Etiology)이라고 부릅니다. 과거 우리를 괴롭혔던 중요한 질병들은 원인들이 단순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세균이라든가 기생충이라든가 간단한 원인들이었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예방하기 쉬운 질환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단순한 질병들은 발달된 선진문명에서는 드물고, 아주 복잡한 원인을 가진 현대병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비만’ 역시 그런 질병입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많이 먹어서’ 생긴다고 생각했지만, 많이 먹어도 어떤 사람들은 비만하지 않기 때문에 더 복잡한 원인론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환경론’과 ‘유전론’의 싸움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운동도 하지 않고 많이 먹는 그런 환경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살이 찐다고 하는 사람과, 유전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학회에서 무게중심을 어느 쪽으로 놓을 것인지에 대해 논쟁을 펼쳤었죠.



결국 획기적인 ‘쌍생아 연구’에 의해 유전론이 70% 승리를 가져가게 됐습니다. 일란성 쌍생아는 두 아이의 유전자는 동일합니다. 부모 모두 뚱뚱한 경우에 태어난 쌍생아가 어떤 원인에서건 한 아이는 뚱뚱한 집안으로 입양이 되고, 한 아이는 날씬한 집안으로 입양이 되었을 때,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둘 다 뚱뚱해질 경우가 더 높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전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경향이 더 높다는 것이죠.

그러나 일란성 쌍생아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사춘기까지 한 쪽이 비만인 경우에 다른 한 쪽이 비만일 확률은 약 70%로 높았지만, 사춘기 이후에 생활환경이 달라지면 뚱뚱해질 확률이 30%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결국 비만의 원인에 유전 인자가 가장 중요하지만 환경 인자 역시 비만의 발생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유럽 소아과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Pediatrics)’에 발표된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 보건대학의 파나기오타 키트산타스(Pnagiota Kitsantas) 박사에 의하면 임신 전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여성이 출산한 아이는 임신 전 체중이 정상인 여성이 낳은 아이보다 8세 이전에 과체중이나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합니다.

결국 비만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유전’이며, 이 ‘유전’에 의해 비만을 발생시키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은 ‘환경’인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유전’이라는 것이 100%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유전자는 ‘확률’의 게임입니다. 물론 100% 확률로 작용하는 유전자도 있습니다만, ‘비만 유전자’는 100%의 확률 유전자는 아닙니다. 즉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환경’을 잘 조정하면 그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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