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잘 나가는 건설사, 상승 모멘텀 '굿'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2010.08.09 11:28
글자크기

[머니위크] 롤러코스터 건설주 투자법

나투자(37·가명) 씨는 최근 처음으로 건설주 A 종목을 샀다. 그동안 주택시장 경색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내려갈 대로 내려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설주 투자를 망설이게 했던 유동성 리스크도 최근 정부 당국이 구조조정 대상을 발표하며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판단했다.

나씨는 그 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처음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주가가 뛰었다. 그러나 부동산 대책이 불발하면서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나씨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주식을 모두 손절매했다.




부동산 대책, 증시 영향은

건설주 투자에 나선 나씨를 웃기고 울린 것은 바로 '정부 정책'의 향방이었다. 그만큼 건설주들은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택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정부정책 밖에 믿을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서는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이번 대책은 불발했지만 결국 규제완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송홍익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압력은 커질 것"이라며 "관건은 규제완화의 내용과 수위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아파트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는 DTI를 낮춰도 우려하는 것처럼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를 좌우하는 것은 DTI가 아니라 향후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다"고 지적했다.


지금으로선 규제완화를 하느냐 안하느냐가 아니라 규제완화의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 시점은 시장 환경뿐만 아니라 향후 정치일정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정권 말기로 가면 부동산 규제완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나 부작용을 감수하는 특단의 대책이 아닌 한 어떤 대책이 나오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주택시장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상협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 규제완화만으로 이미 열기가 빠진 시장이 활력을 되찾지는 못할 것"이라며 "규제완화 재료만 바라보고 건설주 투자에 나서는 것은 성급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건설주, 해외 사업에 주목

건설업계 동향과 관련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건설업체들은 상반기에도 괄목할만한 해외 수주 실적을 올렸다. 상반기 해외건설수주는 39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1% 증가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186억달러를 제외해도 전년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중동지역의 해외수주액이 전년동기대비 240.3% 증가한 274억달러로 전체 해외수주에서 71.9%를 차지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UAE 아부다비 가스개발사와 1조 6686억원 규모의 샤(Shah)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동지역은 유럽 선진업체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다. 최근 우리 건설업체들이 중동에서 건설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는 것은 선진 건설업체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해외 수주가 건설주들의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상반기에는 견조한 해외수주에도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낮은 수익성이 문제가 됐지만, 하반기부터는 발주금액과 건설 프로젝트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악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광수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발주금액은 679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378% 증가하고 프로젝트 수도 91개로 지난해 이후 최대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며 "프로젝트 수의 증가를 통해 해외경쟁사와의 경쟁이 약화되고 그에 따라 수주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체들이 과거 해외수주의 주력 사업영역이었던 정유 석유화학 등 화공프로젝트에서 점차 시장 규모가 큰 발전·가스·송배전 등 유틸리티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건설주 제한적 투자법 권유

증권가에서는 건설주에 대해 제한적인 접근을 권한다. 잇따라 해외수주를 하고 있는 대형 건설업체들과 주택사업 의존도가 낮은 종목들은 가격 메리트가 있는 만큼 투자할 만한 대상이 된다는 분석이다.

강광숙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건설주 주가는 부진한 주택시장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수주 부진에도 해외매출 비중이 상승하고 있는 현대건설을 최우선 선호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양적 성장이 가능한 해외시장은 기업가치 상승요인을 제공하고, 주택시장은 추가적인 가격하락이 제한적"이라며 "시장지배력과 저가 메리트가 있는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건설업종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경쟁사에 비해 과도하게 할인받은 종목들에 주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동성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할 시기는 지났다는 뜻이다. 대신증권은 대형건설사 중에서 대림산업과 중견건설사 중에서 계룡산업을 지목했다.

조윤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림산업은 상반기 대부분의 미분양 현장이 완공됐고 입주율이 예상치를 상회해 주택부문 리스크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계룡건설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6월 말 구조조정 이벤트에 따른 수혜가 가능한 중견건설사"라고 평가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