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노안 위로의 글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눈이 갔습니다.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멀리 보라는 뜻이고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은 불필요한 기억은 다 없애란 뜻이고… 어쩌고' 이런 거 말이죠. 그러다보니 오기가 납니다. '그럼 굳이 노안이라고 할 필요가 뭐있지? 기왕이면 혜안이라고 하지.' 말이라도 인심 쓰면 누가 압니까? 그전엔 어리석게 늙었더라도 이후엔 혜안을 키우려고 노력할지. 그 사람이 변하지 않을 땐 이렇게 욕하면 됩니다. "혜안까지 되신 분이…"라고. 그게 말의 힘이고 그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기업에는 콘셉트의 힘을 적절한 말과 연결해 성공한 사례가 많습니다. 90년대 들어 보험아줌마를 '생활설계사'(Life Planner)라고 하니 많은 젊은 여성층이 몰려들었고 실제로 그녀들은 라이프플래너가 되었습니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아직도 그대로인데 만일 모닝케어리스트라고 했다면 아침 건강전문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90년대 대학교들이 무역학과를 '국제경제학과', 아동소비학과를 '가정경제학과'라고 하니 경쟁률이 높아지고 인적 자질이 달라지고 자부심(?)이 달라졌습니다. 변소-해우소-화장실 진화 이야기도 그런 건데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의 언어적 넛지(Nudge: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죠.
황혼 불륜을 로맨스그레이라고 했던 멋스러움, 아줌마보다는 미시, 돈 잘 버는 노처녀를 골드미스라니 그들 인생이 얼마나 다르게 보입니까. 활동적 은퇴기 대신 '제2 오디세이'나 '노청년기'(Senior-Boy)라면 힘이 다시 불끈 솟지 않았을까요. 콘셉트와 말 하나로 수백 만명의 인생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니 콘셉트와 말의 힘에 주목해봅시다. '철의 장막'이란 처칠의 한마디에 서방은 단결했고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로 무명에서 일약 대통령이 된 클린턴과 '변화' 한마디로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 '나쁜 사람' 그 한마디로 상대를 몰아세우는 박근혜 전 대표가 언력입니다. 경영의 1분 경영, 1분 보고도 그것에서 착안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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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언어능력, 심각하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마침 그 좋은 실습 미디어가 나왔습니다. 140자 트위터나 모바일 문자 말입니다. 그를 활용해서 자기 생각을 촌철살인 핵심어로 옮길 수 있는 언력을 1∼2년 트레이닝 해봅시다. 단순한 감정 폭출(暴出)과 자잘한 일상나부랭이 수다, 선전과 비방으로만 쓰지 말고. 언어는 엄청난 사회적 자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