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관계자는 25일 발표된 건설사 구조조정을 이렇게 정리했다. 지난해 구조조정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옥석가리기였다. B등급(일시적 자금 부족)과 C등급(워크아웃) 경계선상에 놓였던 업체들 중 상당수가 B 등급을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상황이 반영된 탓이다.
올해는 달랐다. 보다 엄정한 평가가 이뤄졌다. 이런 기류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수차례 언급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예고탄 이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 이후 평가 기준 잣대가 급격히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당국의 자세가 달라진 것도 이때쯤 이다.
강한 잣대 탓에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곳도 있다. D사의 경우다. 당국과의 줄다리기에서 신승을 거뒀다. 채권은행이 K은행이 B등급을 줬지만, 당국이 보기에 미덥지 않았다. K은행은 B등급을 줬던 S사가 회생절차를 밟은 전력이 있던 곳. 당국이 부실평가에 대한 책임으로 압박했지만, K은행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마지막까지 버텼다. 당국 관계자는 "평가는 은행 자율로 이뤄지는 만큼 강제할 수 없었다"며 "생존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살리기 위한 C등급(워크아웃)'. 이번 구조조정의 또 다른 특징이다. 당국 관계자들이 수시로 반복했던 말이다. 경영권을 잃게 될 건설사 경영주들을 고려한 발언이다.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상되는 탓이다. 이해선 기업재무개선정책관은 '살생부'라는 말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C등급 건설사까지 '살생부'에 올려 부도날 것처럼 보도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는 "C등급은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을 살리려 하는 것"이라며 "당국에서도 기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