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이현곤 판사는 A(55·여)씨가 "부녀관계를 인정해달라" 며 B(82)씨에게 낸 인지 청구 소송에서 "B씨는 A씨를 친생자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의 어머니와 교제하던 중 A씨를 낳았고 성인이 된 A씨가 혼인한 뒤에도 만남을 지속했다"며 "B씨가 이유 없이 유전자검사에 응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A씨를 사실상 친자로 인정해왔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A씨의 어머니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한 음식점에 근무하다 친구 소개로 B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3년 뒤 이들 사이에서는 A씨가 태어났고 B씨는 A씨에게 이름을 직접 지어주는 등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나 A씨는 어머니의 성을 쓰고 가족관계등록부에도 부(父)란이 비워둔 채 지내야 했고 결국 지난해 "B씨를 법적으로도 친아버지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김윤정 서울가정법원 공보판사는 "부녀관계임을 추측할 수 있는 정황이 충분한데도 B씨처럼 유전자 감정을 무조건 거부할 경우 법률상 부녀관계로 인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