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급수 고령화 vs 산술급수 출산, 해법은?

머니투데이 김현정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2010.06.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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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여성 경제참여에 인적자본 투자 병행돼야

기하급수 고령화 vs 산술급수 출산, 해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극복 성과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는 칭찬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라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도 누차에 걸쳐 곁들이고 있다. 칭찬보다는 경고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OECD의 지적대로 인구고령화는 우리경제가 성장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우선과제다. 투자 부진, 혁신역량 부족 등 성장잠재력과 관련하여 흔히 논의되는 여타 문제에 비해 그 영향이 광범위한 데다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데에 수십 년이 걸려 사회정치적인 합의 도출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인구문제가 사회 및 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에 대해서는 지난 200여년간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정치경제학자이자 인구학자인 토마스 맬더스(Thomas Malthus)가 1789년에 제기한 인구법칙이다(“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 그에 따르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완만하게 증가하므로 그 격차는 기근, 질병, 전쟁 등 대재앙을 통해 해소되어야 한다.

20세기 들어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과 함께 맬더스류의 인구재앙론이 재차 제기되었다. 미국의 생물학자겸 인구통계학자인 폴 에리히(Paul Ehrlich) 교수는 그의 저서(“The Population Bomb”, 1968)에서 인류는 10 ~ 20년 안에 큰 기근을 맞이하여 인구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았다. 1972년에는 로마클럽(Club of Rome)이라 지칭되는 지식인 그룹이 주요국들의 높은 성장률과 인구증가율이 지속될 경우 100년 이내에 환경오염과 자원고갈로 성장이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하였다( “The Limits to Growth”).



이들이 예견한 자원고갈은 녹색혁명, 기술발전 등으로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로마클럽을 포함한 맬더스류의 인구재앙론이 전제하는 바와 달리 물질적 풍요는 일률적으로 인구증가를 가져오기 보다는 일정단계를 넘어서면 인구증가세 둔화 및 감소를 초래한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그러면 과거 인구학자들의 예측이 크게 빗나갔듯이 현재 인구고령화 문제도 그 추세가 역전되는 등 인류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까? 불행히도 커다란 이변이 없는 한 고령화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UN 의 인구전망에 따르면 향후 40년간 전 세계 인구증가율은 연평균 0.75%에 그쳐 과거 40년간 증가율(1.5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늘어났으나 여성의 의식변화 등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어 전 세계 인구의 중간연령은 2010년 현재 29세에서 2050년에는 38세로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은 중간연령이 선진국평균(39세)과 비슷한 37세이지만 40년 뒤에는 54세로 일본(55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고령화된 나라가 될 전망이다. 60세이상 인구 비중도 전 세계적으로는 현재의 11%에서 2050년에 22%로 높아질 전망이나 우리나라에서는 15%에서 41%로 훨씬 큰 폭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인구감소 및 고령화는 생산가능연령대의 감소, 저축률 하락, 투자 감소 등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개방경제 체제 하에서는 다른 나라와의 상호작용, 즉 무역 및 자본이동 등을 통해 인구고령화가 잠재성장률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이론적 연구결과들이 최근 등장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일수록 노동의 상대적 희소성이 높아져 임금률이 상승하고 자본수익률이 더욱 빠르게 하락하며 그 결과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 성장의 기초가 되는 국내 자본스톡은 더욱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외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라는 난제를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 양적인 노동력 증대 노력과 더불어 인적자본 투자, 혁신활동 촉진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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