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vs김승유" 우리금융 M&A전쟁 본격화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도병욱 기자 2010.06.1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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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메가맹크론'에 김승유 "시너지론", 우리금융 M&A 기싸움

"세계 50위권의 은행이 나와야 한다"(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세계 50위권 은행이라도 망하는 경우가 많다"(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 (81,600원 ▲1,500 +1.87%) 회장 내정자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64,300원 ▲1,200 +1.90%) 회장의 '기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영화가 예정된 우리금융 (11,900원 0.0%)지주 인수전을 앞두고서다. 우리금융과 합병을 원하는 두 금융지주 수장이 간접적인 '설전'을 주고받았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17일 "하나금융의 인수합병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구로구 지구촌 사랑나눔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김 회장은 특히 "M&A는 규모보다 핵심 역량을 키우고 시너지를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세계 50위권 은행이라도 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분히 어 회장 후보의 '메가뱅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어 회장 내정자는 "KB금융(자산 325조6000억원)과 우리금융(325조4000억원)을 합해 세계 50위권인 대형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당장 이날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B금융도 세계 50위 은행인 SC금융그룹(자산 4351억달러·약 522조원)처럼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어 회장 내정자가 대형화를 위한 인수 대상으로 우리금융을 특정한 것에 대해서도 에둘러 비판했다. "M&A는 상대가 있는데 특정 대상(매물)을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M&A는 통상 조용히 진행되다가 최종 완결 단계 때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란 점을 강조한 원론적인 발언"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은행권에선 김 회장이 KB금융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이런 언급을 내놓았다는 해석이 많다.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의지를 시장에 확실히 알려 M&A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어 회장 내정자 선임 이후 가장 고민이 많은 곳이 바로 하나금융이다. 예상은 했지만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192조원)은 현재 4대 금융지주 중 자산 규모가 가장 작다. 기업은행(160조8000억원)에마저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하는 이유다. 그래서 하나금융은 일찍부터 내부적으로 우리금융 인수 전략을 가다듬어 왔다.


최근엔 론스타가 매물로 내놓은 외환은행 (0원 %) 인수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외국계 자본의 이른바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 정서의 측면에서나 인수 후 자산 규모를 볼 때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선뜻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이 발표되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사활을 건 M&A 전쟁을 벌일 것"이라며 "우리금융과 합병 상대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은행권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KB금융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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