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결혼전쟁', 저출산 출구 있나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0.06.1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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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쟁]<3-1>워킹맘-결혼기피-저출산 '악순환'

편집자주 결혼에 대한 미혼남녀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 결혼과 임신·출산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여성들이 점차 이를 '선택'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족의 구성, 나아가서는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결혼에 대한 남녀 패러다임 전환의 원인과 사회적 영향, 대책 등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하고, 현실화된 '결혼전쟁'에 대비하고자 한다.

미혼남녀의 '결혼전쟁'은 필연적으로 저출산을 동반한다. 결혼 자체가 늦어지고, 성사가 잘 되지 않는데 출산이 순조로울 리 없다.

어렵게 결혼에 골인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이른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도 늘고 있다. 점점 커지는 출산과 육아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한 마디로 '저출산의 악순환'이다.



◇"하늘을 봐야…"=요즘 흔해진 혼전 임신은 논외로 치고, 일반적으로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혼인건수는 매년 줄고 있고, 초혼연령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고학력·고연봉으로 무장한 여성들은 갈수록 '밑지는' 결혼은 안 하겠다고 하고, 성비불균형에 시달리는 남성들에게 결혼은 벽은 높기만 하다.



결혼했다 해도 과거처럼 출산이 자연스럽지 않다. 출산 및 육아 부담으로 아예 아이 낳기를 포기한 부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딩크족'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뜻한다. 이들은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일에서 보람을 갈구하며 아이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지난해 결혼한 홍은조씨(가명, 32, 직장인)는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다. 당초 결혼도 하지 않겠다던 그녀는 남편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면서 대신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합의했다.

홍씨는 "경쟁적인 이 사회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낳아 뒤쳐지지 않게 키울 자신이 없다"며 "처음에는 당연히 결혼하면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남편도 지금은 내 생각에 동의 다"고 말했다.


그녀는 "격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원치 않는 아이가 생기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내게 재앙과 같다"며 "나중에라도 혹시 아이를 간절히 원하게 되면 그땐 입양을 택하겠다"고 덧붙였다.

◇"워킹맘, 고충을 아시나요?"=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 그녀들에게도 이유는 있다. 특히 육아부담은 '워킹맘'(일하는 엄마)들에게 큰 부담이다.

3살 난 아들을 시어머니께 맡기는 서지선씨(32세, 회사원)는 "아이가 혼자 노는 것이 안쓰러워 둘째를 가져볼까 하다가도 금전적인 문제나 엄마로서 육아부담을 생각하면 고개를 내젓게 된다"며 "맞벌이로 일하지만 아이가 클수록 엄마를 더 찾기 때문에 퇴근 후나 휴일에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느끼는 '밥벌이의 어려움'도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여자들은 엄마가 되면 고충이 배가 된다. 그나마 친정이나 시댁에라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집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어린 자녀를 놀이방 등에 맡기고 일하는 엄마들은 몸도 마음도 힘겹다.

두 돌이 갓 지난 딸을 놀이방에 맡기는 임영선씨(34세, 회사원)는 "특히 아이가 아프기라도 한 날은 떼어놓을 때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가끔은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육아부담은 안 그래도 결혼을 기피하는 여성들을 더욱 두려움에 떨게 한다.

공기업에 다니는 양은진씨(가명, 38)는 "결혼도 결혼이지만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을 하면 엄두가 안 난다"며 "주변에 일하는 엄마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 못 살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실화된 '결혼전쟁', 심화되는 '출산전쟁'=결혼전쟁이 멈추지 않는한 출산전쟁의 악순환도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금처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훨씬 밑도는 합계출산율(1.15명)이 유지될 경우, 2100년 남한의 한민족 인구는 2468만명으로 올해 인구(4887만명)의 절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2500년이 되면 인구가 올해의 0.7%에 불과한 33만명으로 축소되고 한국어도 사용되지 않는 사실상 '민족 소멸' 상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인구감소는 결국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2029년부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전환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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