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좋을까, 월세가 좋을까

머니투데이 이건희 외부필진 2010.06.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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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행복투자

우리나라에서는 다주택자를 주택가격 올라가게 하는 투기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나던 시절에는 실제로 투기의 목적으로 다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주택자 중에는 주택을 투기의 수단으로 주택을 바라보지 않고 주거의 수단으로 바라보면서 다주택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주거를 위하여 임대주면서 안정된 임대소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그러합니다. 특히 요즘은 노후에 근로소득이 없을 때 고정 수입원으로서 주택에 대한 임대수입을 겨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즉 부동산시장이 활황일 때에는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크게 얻고자하는 다주택자 늘어나는 것이 가수요를 늘려서 주택 가격이 더 잘 올라가게 만들지만,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임대수입을 얻고자하는 다주택자의 증가가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버는 방식에 여러 유형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빌려주는 사업은 시대 흐름에 따라서 점차 더 확산되어가는 추세입니다. 자동차도 구입하여 굴리지 않고, 빌려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나 법인에서는 자동차를 리스하면 직접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되고 재무적 효과가 얻어져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아기 침대나 장난감처럼 오래 사용하지 않을 아기 용품도 구입하여 사용하지 않고, 빌려서 사용해도 됩니다.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입는 웨딩드레스도 흔히 빌려 입습니다. 스케이트장이나 스키장에서도 자신이 소유한 것을 가지고 가도 되지만, 그 곳에서 빌려서 사용해도 됩니다. 공장이나 작업장에서 고가의 기계를 사용하여야 할 때 구입비용을 조달하기 힘들거나 사용하는 기간이 길지 않다면 차라리 기계를 빌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을 빌려서, 즉 임대하여 주거할 때의 장단점은 소유시 장단점과 정반대입니다. 주택가격의 상승과 하락과는 관계없이, 주택을 소유하여 주거할 때의 장점으로는, 내집에서는 타의로는 이사 다닐 필요가 없고 집안 구조를 법적으로 허가되는 범위 내에서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또한 인테리어도 가족들 취향대로 꾸밀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이 증가하고, 세월이 흘러가면 주택 노후화에 따라 수리비용이 생겨납니다.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하는데 때로는 집이 빨리 팔리지 않을 수도 있어 애먹을 수도 있습니다. 집을 팔고 사는데 따르는 등기비용과 중개수수료 부담이 셋집을 옮길 때보다 훨씬 더 큽니다.

주택을 빌려주는 주체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될 수도 있고(공공임대주택) 개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일부 선진국에 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이 매우 적었던 것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이 적었기 때문에 집을 구입할 능력이 없거나, 또는 구입할 능력이 있어도 굳이 소유할 생각이 없을 때에는 다른 개인이 소유한 주택을 빌려서 주거하는 경향이 많았던 것입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사들이면서 집값 올라가게 한다고 비난하기 이전에 다주택자가 많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근본 원인도 생각해야합니다. 집을 사들여도 들어올 사람이 적어 임대가 잘 되지 않으면 다주택자가 계속 늘어나기 힘듭니다. 또는 주거용 주택도 임대부분에 대하여 상당한 소득세를 내게 될수록 세후 실수익률의 감소로 주택임대의 동기가 약화됩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

전세 제도는 한국에 독특하게 존재하는 형태이며, 아직까지는 주택 임대의 형태에 월세보다는 전세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전세는 월세를 받지 않다보니 임대소득을 취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는 생각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세 주었다가 나중에 팔면서 시세차익 얻는 것을 투기목적으로만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나 채권을 사놓고 이자소득 취하고 있다가, 또는 주식을 사놓고 배당금을 받다가 시세가 오르면 팔아서 시세차익까지 챙긴다고 비난할 수 없습니다. 주택도 사놓고 임대소득 취하고 있다가 시세가 오르면 팔아서 시세차익까지 챙긴다고 뭐랄 수 없습니다.

전세도 보증금에서 수익을 얻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월세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대소득이란 개념에 포함시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했어도 점차 여유자금이 늘어나면,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목돈을 굴리기도 여의치 않고 신경쓰여서 차라리 매월 고정된 수입을 받는 것이 낫겠다 싶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점차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은퇴 후 노후에 고정수입을 원하여서 월세 놓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월세 놓는 경우에는 임대소득이 분명히 드러나는 반면 전세 놓는 경우에는 임대소득이 당장 겉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서, 전세 놓고 있다가 팔면서 시세차익 생기는 것만 사람들이 바라보며 투기로 인한 시세차익을 얻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팔 때에 얻게 되는 시세차익이 바로 임대소득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5년 만에 시세차익을 얻고 팔았다면 세금공제 후 최종 차익이 5년간의 임대소득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연 몇%의 수익률에 해당하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돈을 금융기관에 예금하거나 채권을 사놓고 매달 이자를 받을 수도 있고 만기 시 한꺼번에 원리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만기 시 원리금 받더라도 연 %에 해당하는지는 나옵니다.

따라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다주택을 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기보다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 때에 생기는 차익을 보유기간 동안의 임대소득으로 간주하고, 그것에 세금을 부가하는 개념이 포함된 것으로 바라보아도 됩니다. 그리고 소득이 많아질수록 소득에 대한 세율이 높아지듯이, 임대소득으로 간주될 수 있는 시세차익이 많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제도

상업용 부동산은 이미 월세, 전세 모두 세금이 부과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주거용인 주택에 대해서는, 2주택부터 월세임대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며, 전세임대에는 주택 수에 무관하게 소득세를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작년 8월에 발표된 '2009년 세제개편안'에는 3주택자 전세보증금 과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행시기를 1년 유예하여 2011년 귀속분부터 과세합니다. 이에 대해 전세보증금에 세금을 물리게 되면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아서 세입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와 전세 대신 월세가 늘어날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어떤 이유로 보증금을 올리는지 여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보증금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서 계약여부를 결정할 뿐입니다.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올려도 세입자가 잘 들어오면 세금과는 관계없이 얼마든지 보증금을 올려가도 되고, 세입자가 잘 안 들어오면 보증금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전세보증금에 대한 세금 부과는 오직 시세차익만 생각하면서 무분별하게 다주택 취득하는 것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매도시 내는 양도소득세는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되어 미리 실감을 못하며 보유 도중에 내는 세금이 현실적으로 피부에 다가오는 것입니다. 한편 총 전세보증금 중 3억원 초과분의 일부인 60%에 대해서만 예금 이자율 정도의 연 5%인 보수적인 과세입니다. 보증금이 3억원이 넘어가는 주택은 고가의 아파트가 아니면 많지 않습니다.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 넣어두거나 투자하여 이자나 배당금을 받으면 이중과세가 되지 않도록 간주임대료 계산 시 공제해줍니다.

전세와 월세의 비교

아래 각 설명 뒤의 괄호[ ]에는 소유자 입장에서 전세와 월세, 둘 중 어떤 것이 더 유리한가를 나타냈습니다. 여러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여 전세와 월세 중에서 선택해야합니다.



▶집 매도 시 시세차익 측면에서는, 보유기간 동안 집값이 많이 상승했으면 전세 임대에서 레버리지가 커서 수익률이 더 커집니다. [전세]

▶반면 집값이 하락하거나, 오르더라도 금리에 비하여 더 적게 오른다면 월세에서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임대소득이 더 안정적이고 확실한 수익이 됩니다. [월세]

▶전세는 극심한 경기 침체와 더불어 집값이 하락하면 보증금도 내려가기 쉽기 때문에 나중에 자기 돈이 추가로 들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월세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면, 물가 상승에 따라 임대료가 어느 정도 유지됩니다. [월세] (단 워낙 장기 보유 시에는 주택 노후화에 따라 월세가 하락할 수도 있음)



▶현재 제시되어있는 세율 기준에 의하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 시 세금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단지 세금 때문에 월세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세]

▶전세를 월세로 환산 시 금리보다 높은 비율로 세입자에게 월세를 책정하는 것이 보편적이므로 실효적인 임대소득은 전세 주는 것보다 월세가 더 유리합니다. [월세]

▶세입자 입장에서는 흔히 월세를 부담스러워하거나 월세 나가는 것을 아까워하기 때문에 낮은 가격의 작은 집이 아닌 이상, 월세 놓으려면 집이 빨리 나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세]



▶월세가 임대소득은 더 높지만, 보증금이 별로 안 들어와서 구입 시 자기 부담금이 더 큽니다. [전세]

▶세입자가 월세를 잘 내지 않으면 골치 아파집니다. 애초 받아 놓은 약간의 보증금에서 제하면 되지만, 끝까지 안 나가고 버티거나 월세 밀린 채로 사라지면 강제로 처리해야하는 고충도 있습니다 [전세]

▶주인과 세입자 중 누가 칼자루를 쥐었는가에 있어서, 전세는 월세와는 입장이 반대로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면서 나가야하는 것이라서 주인이 제 때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골치 아파집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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