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해석 키워드는 '경제'…"초심으로"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10.06.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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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심판은 이제부터"…"정책 우선순위 전면 재검토해야"

-'먹거리 정치', '경제 대통령'에 대한 국민 요구 재분출
-여당에 대한 심판은 곧 야당에 대한 경고

6·2 지방선거 결과 '여소야대' 현상이 두드러졌다. 유권자들은 현 정권의 독주에 준엄한 경고를 내렸고, 야당에 건전한 견제를 주문했다. 여야는 엇갈린 명암 속에서도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시작에 불과할 뿐 본격적인 지각변동은 이제부터"라는 데 공감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2006년 지방선거를 빼닮았다. 당시 국민은 참여정부에 대한 반발을 표심에 실어 한나라당에 싹쓸이 표를 몰아줬다. 기세가 오른 한나라당은 대선, 총선에서 10년의 야당 생활을 접고 거대 여당으로 도약했다.



청와대와 여권이 이번 선거결과에 화들짝 놀란 것은 이 때문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질 충격파가 시작됐다"는 두려움이다. 여권 내부에서 "패배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민심 곁으로 다가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관련기사 3·4·5면

한나라당 한 재선의원은 3일 "돌이켜보면 정권 출범 초기 종부세 완화에서부터 매듭을 잘못 묶기 시작한 것 같다"며 "지나친 자부심으로 세종시, 4대강 등 대형 프로젝트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화를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해법은 한 곳으로 통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대선에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몰표를 던져준 이유를 되짚어 그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총선·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은 '중도 실용주의'를 내세워 민심을 사로잡았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였다. 미래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표방하는 '실용주의'를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해석하는 키워드는 '경제'로 압축된다. 국민들은 스스로 4대강, 세종시에 발목 잡힌 정권을 심판했다. 한나라당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청와대와 여당의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불만을 압축적으로 표출했다"고 말했다. "4대강, 세종시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매몰되면서 친서민 정책,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여권에 대한 불만을 표로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이번 선거에서 민심은 재차 '경제 대통령', '경제 정당', '먹거리 정당'을 향한 의지를 표출시켰다"며 "선거에서 폭발된 국민의 요구에 겸허히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 진행되는 반성의 핵심에도 '경제'가 놓여 있다. 지난 정권교체가 다름 아닌 '먹거리 대통령'을 향한 의지였다는 반성이다. 향후 10년, 100년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정책, 미래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는 정책, 그 과정에서 서민과 어려운 이들을 보듬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여권 내부의 시각이다. 최근 천안함 사태 수습 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과도한 북풍 마케팅은 이런 면에서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내외 경제여건은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벗어났다는 자부심에만 빠져 있을 경우 더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출구전략 시행 논란, 유럽발 금융위기 재발 우려, 정보통신(IT) 등 미래 성장동력 위축,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해결해야 할 경제 과제들이 쌓여 있다.

여권 일각에서 "청와대와 내각 전면 개편, 여당 쇄신 등 외형 변화만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 등 각종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추진하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요구다.

정치권에서 패배를 당한 여당의 고민은 곧 야당의 과제이기도 하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은 여야를 구분해 평가하는 이중 잣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을 준엄하게 심판한 그 잣대는 부메랑처럼 향후 야당의 정책과 실천을 저울질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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