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가족에게만 폭력적인 아이

머니투데이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2010.06.05 10:01
글자크기

[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초등학교 6학년인 현동(가명)이는 가족에게만 폭력적인 언행을 하는 문제로 내원했다.

현동이는 학교에서나 다른 사람 앞에서는 별로 말도 없고 자기표현도 잘 안 하는 편이었는데, 유독 집에만 오면 엄마나 동생에게 욕을 하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했다.

면담을 해보니 현동이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어 소외감을 많이 느끼고 자아존중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이러한 내적인 우울감과 분노감을 풀 데가 없이 꾹꾹 쌓아 놓다가 집에 오면 만만한 엄마나 어린 동생에게 자신의 화풀이를 했다.



처음에는 욕을 하고 가족에게 화를 낸 것이 미안하고 죄책감도 들었지만, 자꾸 반복되다 보니 더 심한 수준의 폭력이 습관화가 됐다. 현동이도 자신이 가족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 나쁜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자기도 몰래 그렇게 된다고 했다.

현동이 마음속의 상처와 친구관계에서의 문제점과 원인을 파악하고 같은 증상을 가진 친구들과의 집단 치료와 개인치료 그리고 가정에서 엄마의 권위를 세워주는 가족 구조 변경 훈련을 통해 현동이가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도와줬다.



현동이는 내적인 분노감이 매우 심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라는 생각이 강했고, 그러다 보니 경계심과 예민성이 높아져서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거나 감정이 폭발하곤 했다.

사회성이 떨어져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고,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말로 협상해 문제를 잘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다 보니 친구들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다가 억울함을 당해 결국에는 화가 더 나게 되는 일이 반복됐다.

현동이 부모는 현동이에게 지나치게 허용적이었고, 가족 내에서 일관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평상시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현동이의 내면적인 어려움이나 상처에 귀를 잘 기울여주지 못했고,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다가 현동이가 좌절감을 느껴 화를 내게 되면 허용해 주다 보니 가정 내에서 현동이는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화를 내는 방법을 습관화하게 됐다. 또 외부에서의 스트레스를 집에서 풀 때가 많았다.


현동이가 막무가내로 떼를 쓰거나 화를 내면 금지했던 것도 허용을 해주고 현동이가 폭력적으로 나오면 위협감을 느껴 무서워하는 모습을 현동이에게 보여주다 보니 가족 내에서 어느 누구도 현동이가 폭력적으로 나올 때 이를 따끔하게 제지하거나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폭력적으로 나오면 요구를 들어주다보니 아이의 공격성이 자라게 됐다.

현동이의 어머니는 평소 상냥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현동이를 잘 이해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현동이에게 상처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현동이의 약점을 아이가 있는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태연하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현동이는 가족 내에서의 좌절감과 인정받고 이해를 충분히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과 욕구불만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현동이와 같은 가정 내 폭력 아이들은 내적인 공격성이나 충동성, 우울증 등을 약물로 치료하거나 개인심리 치료와 가족치료를 해야 한다. 가족이 각자 안고 있는 문제를 서로 이해하도록 하고, 각자의 마음 속 고통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

가족에게 폭력적인 아이의 경우 책임을 회피하거나 숨지 않도록 도와주고, 부모가 자녀를 지지하는 힘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 자녀간의 애정관계가 회복되고 가족 내에서의 불만을 솔직하게 의사표현을 하면서 스스로의 열등감을 극복하면서 적의나 불신, 고립감 소외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