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해외펀드 비과세정책의 허와 실

김경록 미래에셋캐피탈 대표 2010.05.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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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해외펀드 비과세정책의 허와 실


당국은 2007년 6월부터 해외펀드의 주식매매차익에 2년간 한시적으로 비과세를 하기로 했다. 주된 이유는 넘쳐나는 달러를 밖으로 내보내고 이를 통해 원화 하락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 당시 결정은 옳았는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필자가 판단하기로는 의도는 옳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해외투자는 환율의 자동안정기능을 일정부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달러가 많이 들어와서 원화가 강세가 될 때는 상대적으로 해외주식은 싸진다. 그래서 달러를 해외로 유출하는 작용을 한다.



반대로 서브프라임 같은 충격으로 달러가 부족해지고 원화 환율이 급속히 오르면 우리나라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지므로, 해외에 투자되어 있던 달러를 가져와서 원화로 바꾸어 주식을 사게 된다. 달러가 많으면 나가고 부족하면 들어오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은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며, 환헤지를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환헤지를 하면 다음의 2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첫째, 해외투자가 많아질수록 외화부채도 덩달아 많아진다. 다시 말하면 달러를 차입하여 해외주식에 투자한 격이 된다. 둘째, 해당국 주가의 움직임에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영향을 받는다. 해당국 주가가 하락하면 펀드 순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따라서 헤지를 위해 매도한 달러(항상 달러일 필요는 없다)의 일부를 매수해야 한다. 해외 주가와 우리나라 주가가 동조화한다고 보면 결국 주식시장이 불안할 때 달러매수로 환율이 오르면서 진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처럼 해외펀드 비과세정책은 순기능을 예상하고 시행했지만 환헤지를 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역기능의 과정으로 움직인 것이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의 원론적 접근은 역기능으로 가게 한 요인을 없애서 순기능이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해외투자의 비중을 높이되 환헤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시장안정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일몰조항의 시행으로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자체를 없애버렸다. 이렇게 되면 국내펀드와 비교해서 해외펀드가 과세상 투자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해외펀드 비과세 효과의 허는 버리고 실을 취해야 하는데, 이가 마땅치 않아서 허와 실을 모두 버리는 셈이다. 이는 그렇게 간단히 결론지을 문제는 아닌 것같다. 몇 가지 예시적인 안을 제시해본다.


첫째, 환헤지를 하는 펀드에만 과세를 하고 환헤지를 하지 않는 펀드에는 선별적으로 비과세를 하는 방법이 있다. 해외투자를 하면서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 환율의 자동안정기능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혜택을 주는 것이 비합리적이지는 않다.

둘째, 업계는 환헤지하지 않는 펀드의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 여기에는 멀티컨트리펀드(예를 들어 글로벌 소비주 펀드 등)의 비중을 확대한다든지, 혹은 비정상적으로 환헤지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투자자들에 대해 투자교육을 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무역거래도 많고 자본거래도 많다. 자본거래에 따른 변동성이 실물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줄여야 한다. 미국은 대규모 폐쇄경제이기 때문에 은행세 등 자국의 제도변화에 관심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자본흐름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해외로 자본유출입을 통해 자본흐름의 충격을 완충해줄 수 있는 자동안정장치를 확보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투자에 대한 비과세는 그 허와 실을 파악하여 허는 보완하고 실은 키워가야 한다. 쉽게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좋은 시스템의 장착을 위해 좀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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